[And 스포츠] 선수 숨소리도 들린다, FC 안양 ‘가변석의 기적’

FC 안양 선수들과 직원들이 지난달 2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광주 FC와의 K리그2 홈경기에서 7대 1 대승을 거둔 뒤 가변석을 가득 채운 팬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FC 안양 제공
 
FC 안양의 3면 가변석이 5월 1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안양의 홈 개막전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와의 경기에 앞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안양 선수들이 5월 12일 가변석을 통과해 그라운드로 입장하는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 안양의 조규성, 김원민, 팔라시오스(왼쪽부터)가 16일 안양종합운동장의 가변석 앞에서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 위 사진은 같은날 장혁철 안양 단장이 안양종합운동장 내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송영진 안양 서포터즈 A.S.U. RED 회장이 1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오른쪽 아래). 이동환 기자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FC 안양의 홈인 안양종합운동장은 경기가 열릴 때마다 축제 분위기다. 2부리그 경기장이 맞나 싶을 정도다. 물론 22일 현재 3위(11승 6무 7패)로 K리그1 승격을 바라보는 성적을 내고 있는 점도 있지만 선수들의 숨결까지 들린다는 ‘3면 가변석’ 설치가 인기 비결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변석은 그라운드 바로 옆에 설치하는 이동식 좌석으로 안양은 K리그 최초로 그라운드의 3개 면에 가변석을 설치했다. 생동감 있는 경기를 보며 팬들이 환호하자 과거 안양 LG 시절 뜨거운 축구 열기로 ‘축구 1번가’로 불렸던 명성을 되찾고 있다. 지난 16일 찾아가 본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변화의 흔적을 발견했다.

시민구단을 위한 지원

지난해 최대호 안양 시장은 시장에 당선된 뒤 ‘시민구단 안양을 활성화시켜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며 전용구장 검토를 주문했다. 2013년 안양 창단시 구단주였던 최 시장의 안양 팀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하지만 500억원 이상 드는 비용이 문제였다. 3면 가변석 아이디어는 이때 등장했다. 원정석을 제외한 그라운드의 세 면을 가변석으로 둘러싸 전용구장 효과를 내자는 거다. 1~2면에만 가변석을 운용하는 K리그 구단들과는 접근방식이 달랐다. ‘경기장 안의 경기장’을 새로 짓는 셈이었다.

시 공무원들은 강원·성남·수원 FC를 방문해 기존 가변석을 분석했다. 시의회도 설득해 10억원의 예산을 따냈다. 결국 지난해 12월 계획이 확정됐고, 공사를 거쳐 지난 5월 12일 3486석의 안양식 가변석이 탄생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안전이다. 기존 가변석은 관중들이 뛸 경우 관중석 상단이 덜 고정돼 흔들리곤 했다. 담당 공무원은 “상단이 완전히 고정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설치 후 구조기술사에 안전확인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가변석 뒤쪽 철 골조 부분은 현수막을 제작해 가렸다.

관중들의 편의도 고려했다. 기존 가변석은 첫줄이 지면에서 시작돼 앞줄의 관중들은 경기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안양은 첫줄 높이를 2m로 설계해 문제를 개선했다. 가변석 바닥은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 발을 구르는 응원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장애인 팬들도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장애인석과 완만한 경사의 출입로도 설치했다. 또 관람석과 가변석 사이의 빈 공간을 활용해 경기 전·후 팬들이 선수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시민의 경기장에 걸맞게끔 가변석 위치까지 면밀히 신경을 썼다. 당초엔 그라운드와 더 가깝게 하기 위해 육상 트랙 위에 설치할 계획이었다. 이 경우 하루 600여명의 일반 시민들이 체육 활동을 즐길 수 없었다. 그래서 본부석과 맞은편 가변석은 트랙 뒤쪽에 설치했다. 터치라인에서 13.9m 거리다. 트랙의 둥근 부분 안쪽의 서포터즈석만 골라인에서 6.5m로 바짝 붙였다.

장혁철 안양 단장은 “시민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더 뛰게 된 선수들, 성적도 수직 상승

가변석은 선수들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팬들의 응원을 가까이서 듣게 되자 큰 힘을 얻었다. 창단 멤버인 김원민은 “응원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려 힘이 들 때면 한 발짝씩 더 뛰게 된다”고 말했다. 데뷔 시즌임에도 홈 12경기 6골 1도움을 기록 중인 조규성도 “생생한 함성 소리덕분에 공격할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느낌이다. 퇴장 당한 날에도 팬 분들이 괜찮다고 말해주시는 게 들려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 팔라시오스(콜롬비아)도 경기장 분위기에 만족하고 있다. 그는 “콜롬비아와 포르투갈과는 달리 안양 팬들은 경기장을 꽉 채워 큰 동기부여가 된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랑 받은 적이 없어 이길 때면 행복해서 눈물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구단 최초 8경기 연속 무패(6승 2무) 기록과 지난달 20일 무패 중이던 1위 광주 FC를 7대 1로 대파한 파란의 드라마가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연속 매진에 응원 문화까지 변화

안양의 올 시즌 평균 관중은 3446명으로 지난해(1451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K리그2 구단 중 부산 아이파크(3659명) 다음으로 평균 관중이 많다. 시민구단으로는 단연 최다다. 최근 홈 4경기에서 가변석이 연속 매진될 정도다.

가족 팬들이 많아지자 응원 문화도 바뀌었다. 거리가 가까워진 서포터즈와 일반 관중이 하나가 돼 응원을 펼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거칠기로 유명한 안양 서포터즈도 변했다. 송영진 안양 서포터즈 A.S.U.RED 회장은 “응원가를 물어보고 서포터즈석에 찾아오는 가족 단위 팬들이 늘었다. 어린이들이 색연필로 손수 응원 피켓을 그려와 응원을 펼치기도 한다”며 “서포터즈도 고성·욕설을 자제하는 응원문화를 위해 노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양은 이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장 단장은 “선수단 운영과 경기장 환경 조성 등 많은 부분에서 구단 구성원들간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해 1부리그 승격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양=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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