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8살 형제를 키우는 성모(39)씨는 아이들 여름방학 동안 쉴 틈 없이 바빴다. 삼시 세 끼 먹이고, 놀아주고, 공부도 봐주고, 씻기고, 치우다보면 하루가 초고속으로 지나간다. 성씨의 유일한 낙은 두 아이가 잠든 뒤 갖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화끈하게 매운 음식을 가볍게 맥주 한캔에 곁들여 먹으면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성씨처럼 집에서도 간단하게 가정간편식(HMR)으로 야식을 먹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민컨슈머리포트는 인기 야식 메뉴의 대표주자인 ‘불막창’을 평가해봤다.
야식의 계절, 여름밤을 책임져준 ‘매운 맛’
불막창처럼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집에서 전자렌지나 프라이팬으로 간단히 데워먹을 수 있게 된 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2016년 여름 대상이 ‘청정원 안주야 논현동 포차스타일’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면서다. 처음 나온 제품은 ‘불막창’ ‘무뼈닭발’ ‘매운껍데기’ 3종이었다.
대상이 시장을 열었고 동원, 오뚜기 등 식품업계에 이어 대형마트와 편의점들도 자체 브랜드(PB)를 단 야식 제품을 내놓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안주·야식류 HMR 시장 규모는 2016년 195억원, 2017년 598억원, 지난해 96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대상(49.6%), 동원(17.0%), 오뚜기(11.0%) 등 순이었다.
이번 국민컨슈머리포트 평가에는 시장점유율을 참고해 대상 ‘청정원 안주야 불막창’, 동원 ‘심야식당 불막창’, 이마트 ‘피콕포차 돼지불막창’, 롯데마트 ‘요리하다 대구식 불막창’, GS25 ‘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막창’이 평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오뚜기는 시장점유율 3위지만 불막창 제품을 판매하지 않아서 제외했다. 대신 대형마트 두 곳(이마트, 롯데마트)의 PB 제품과 편의점 GS25 PB 제품을 포함시켰다. 모두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제품은 지난 18~19일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구매했다. 평가에 제시된 가격은 구매가다(표 참고).
평가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레스케이프 호텔 26층 라망시크레에서 진행됐다. 신세계조선호텔의 독자브랜드인 레스케이프 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라망시크레는 동시대의 감각을 시의적절하게 반영해내는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이다. 같은 층에 있는 바 ‘마크 다모르 바이 라망 시크레’와 함께 오는 30일 색다른 갈라 디너를 선보인다. 손종원 헤드셰프의 대표 메뉴 8종과 세계적인 바텐더 시모네 카포랄레의 칵테일 6종을 함께 맛볼 수 있다.
평가에는 손종원 헤드셰프와 김용준, 김일환, 문병철, 정규민 셰프가 함께 했다. 불막창은 전자레인지로 2~3분가량 조리하거나 해동 후 프라이팬에 3~5분 정도 볶으면 된다. 이번 평가에서는 불막창의 맛을 더욱 살리기 위해 프라이팬에서 조리했다.
5개의 프라이팬으로 5개의 불막창을 빠르게 볶은 뒤 블라인드 테스트를 위해 ①~⑤ 숫자가 적힌 접시에 담아 내 왔다. 모양새, 향미, 식감, 막창의 맛, 양념의 맛, 매운 맛의 적절함, 양념과 막창의 조화, 전체적인 풍미 8개 항목을 먼저 평가한 뒤 1차 결과를 냈고 원재료와 영양성분, 가격을 감안해 최종 평가 했다. 손종원 헤드셰프는 “편의성은 뛰어나지만 가장 좋은 상태에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의 맛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총평했다.
뜻밖의 1위…시장점유율 미미한 편의점 PB 제품
1위는 GS25 ‘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막창’(4.4점)이 차지했다. 편의점 GS25와 온라인으로만 살 수 있어서 점유율이 높지 않은 편인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GS25 제품은 향미, 식감, 막창의 맛과 양념의 맛, 조화, 전체적인 풍미 등 총 6개 항목에서 1위에 올랐다. 문병철 셰프는 “곱창에서 중요한 것은 양념의 맛과 식감인데 적당히 달고, 적당히 맵고, 쫄깃했다”며 “국물 소스에 밥을 비벼서 김을 올려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곱창은 씹었을 때 너무 질겅거리지 않는 게 적당한 식감이라고 한다. 다만 정규민 셰프는 “강한 매운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덜 매울 수 있다”고 했다.
2위는 ‘이마트 피콕포차 돼지불막창’(3.4점)이었다. PB 제품인 이마트 피콕포차도 셰프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정규민 셰프는 “양념 맛이 양념치킨을 떠올리게 하고 막창의 맛도 무난했다”고 말했다. 이마트 제품은 1차 평가에서는 3위였는데 가격 공개 뒤 2위가 됐다. 김용준 셰프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라며 “기름진 면이 아쉬웠는데 이 정도는 취향 차이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위는 동원 ‘심야식당 불막창’(3.0점)이 차지했다. 1차 평가에서는 2위였는데 가성비에서 밀렸다. 정규민 셰프는 “식감이 쫄깃쫄깃해서 좋았다. 처음 입에 넣었을 때 ‘아, 맛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매운 걸 즐기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매운 맛”이라고 평가했다. 손종원 헤드셰프는 “불맛이 너무 세서 인위적인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4위는 롯데마트 ‘요리하다 대구식 불막창’(2.8점)이었다. 손종원 헤드셰프는 “너무 달지 않고 시중의 식당에서 먹는 맛을 잘 구현해냈다”고 평가했다. 김일환 셰프는 “그다지 맵지 않아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막창이 좀 두꺼운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용준 셰프는 “곱창이 너무 두꺼우면 식감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5위는 대상 ‘청정원 안주야 불막창’(1.4점)이었다. 절반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평가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다만 모양새(4.6점)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용준 셰프는 “막창은 곱이 동그랗게 기름이 꽉 차있고 단단한 게 좋은 모양새로 평가된다”며 “모양새가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정규민 셰프는 “양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인 조화는 아쉽다는 평가였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