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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는 한·미·일 안보협력… 대미 관계도 역풍 불가피

일본 내 한류 중심인 도쿄 신오쿠보 거리에 지난 2일 한·일 양국 국기를 형상화한 간판이 걸려 있다. 한국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전격 결정하면서 양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AP연합뉴스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에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유지’ 시그널을 보냈던 미국과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군사 전문가는 22일 “한·일 지소미아는 미국 측이 오래전부터 요청해 체결됐던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을 묶어주던 유일한 안보협력의 끈이 끊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 북한 도발 억지 등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일 간 군사협력 관계를 단단하게 맺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미국을 매개로 한 3국의 연결고리였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내려졌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로 흔들릴 한·미동맹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며 한·미·일 안보협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 예로 한·일 지소미아 체결 전인 2014년 12월 29일 맺어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정보를 3국이 공유한 점을 거론했다. 하지만 미국을 거쳐 일본 정보를 받을 경우 신속한 정보 분석을 하기는 어려워진다. 또 문서로 체결되는 협정은 국제법상 조약의 효력을 나타내는 데 비해 약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 합의에 해당돼 3국 간 안보협력이 느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당국은 지소미아 파기로 인해 군의 대비태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 정보가 일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 5월부터 8차례 동해 북동쪽을 향해 단거리미사일을 쐈는데, 한국에선 식별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대한 정보를 일본이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최근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한 상황 등 한·미·일 정보 교류가 중요한 시점에 그것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일본과의 정보 교환이 한국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만에 하나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할 경우 이에 따른 방사성 물질 확산 정보를 일본을 비롯한 여러 경로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군 내부에서도 “감정적으로 파기할 일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없지 않았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소미아는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향후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검토하며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으며 미국 측으로부터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공식적인 미측의 반응은 시차 때문에 받아보지 못했지만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기 결정 이전에 미국은 한국에 지소미아를 유지해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지소미아 종료 결정 전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만나 한·미·일 공조를 언급했다고 한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9일 정 장관과의 회담에서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협력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방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지소미아 종료와 관계없이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완벽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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