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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신생아선별검사로 희귀질환 미리 판별, 치료 효과 높이세요

신생아선별검사는 갓난아기의 발 뒤꿈치에서 혈액을 뽑아 50여종의 선천성대사질환을 진단하는 것이다.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척수성근위축증(SMA) 등 일부 희귀질환의 경우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해 신생아선별검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증상 나타난 뒤 치료하면 늦어… 정부, 50여종 대사질환 검사 지원
의료계 “척수성근위축증 등 포함을”


세 살 서준(가명)이는 돌이 한참 지나도록 걸음마를 떼지 못했다. 서준이 엄마는 그저 또래 아이들보다 늦자라는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중 한밤에 서준이가 호흡곤란으로 급히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엄마는 종합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지만 정확한 병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수소문 끝에 소아 희귀질환 전문병원을 찾았고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온몸의 근육이 점차 굳어가는 ‘척수성근위축증(SMA)’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2017년 말 국내에 들어온 유일한 주사제로 치료를 시작한 서준이는 이전보다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걷지 못하는 서준이를 볼 때마다 엄마는 가슴이 아프다.

해외 환우회 게시판에 올려진 영상에서 서준이 같은 SMA 아이들이 ‘신생아선별검사(Newborn Screening)’를 통해 태어나자마자 병을 진단받고 곧바로 치료를 시작해 거의 정상인과 다름없이 스스로 걷고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서준이도 신생아선별검사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더라면 또래들처럼 걷고 뛰어다닐 수 있었을 것 같아 부러웠다”며 “온몸이 굳고 나면 이미 늦다”며 안타까워했다.

희귀질환 진단에 7년 넘게 걸려

SMA 같은 희귀질환은 기본적으로 환자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관련 정보와 전문가 부족으로 인해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희귀병 진단 방법은 유전자 검사가 보편적이지만 질환에 따라 섬세한 환자 상담과 가족 유전자 검사까지 이뤄져야 하므로 확진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환자와 가족은 병명을 알려고 여러 병원과 의사를 찾아다니는 ‘진단 방랑’을 경험한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희귀질환자 16.4%가 4개 넘는 병원을 거치고 나서야 최종 진단을 받으며 확진까지 평균 7.6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희귀질환은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제때 진단을 받지 못해 병을 키우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희귀병의 80%를 차지하는 유전성 질환은 소아 때 발병 가능성이 높고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되기 십상이다. 신체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증 희귀질환에 걸리면 치명적 합병증이 발생해 일찍 생을 마감할 확률도 높아진다. 희귀병 환자에게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희귀질환진단사업을 통해 87개 극(極)희귀질환의 유전자 검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또한 의사 진료를 통해 증상을 확인한 후, 확진을 위해 시행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된 단계에서 병명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원하는 신생아선별검사를 통해 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진단되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신생아선별검사는 현재 50여종의 선천성대사이상질환에 대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대상 질환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근래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검사 대상 항목에 빠져있는 희귀질환 SMA와 폼페병, 뮤코다당증,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 고셔병 등은 꼭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이들 질환은 미국과 대만 등 많은 나라에서 신생아선별검사 필수 항목으로 지정돼 지원받고 있다.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 확대돼야

신생아선별검사(탠덤 매스 검사법)는 갓 태어난 아기의 발뒤꿈치에서 뽑은 소량의 혈액을 이용해 최신 분석 장비로 50여종의 선천성대사질환을 찾아내는 것이다. 생후 2~3일에 검사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1997년 시작된 국가 신생아검사는 2006년부터 6종의 선천성대사질환(페닐케톤뇨증, 갑상선기능저하증, 갈락토스혈증, 호모시스틴뇨증, 단풍당뇨증, 선천성부신과형성증)의 검사 비용을 지원해오다 지난해 10월 대상 항목을 50여종으로 늘려 건강보험이 적용됐으며 난청도 지원 대상에 새롭게 포함시켰다.

신생아가 입원 상태에서 검사받을 경우 전액 무료다. 다만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태어나 외래 진료를 통해 검사받으면 2만~4만원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환자가 원할 경우 선택적으로 시행하는 신생아선별검사도 있지만 국가 지원이 아니므로 25만~45만원을 내야 하며 대상 질환 역시 제한적이다.

이에 국가 신생아선별검사 항목에 지금보다 더 많은 희귀질환이 포함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채종희 교수는 26일 “특히 증상이 나타나기 전 치료를 시작했을 때 그 효과가 뛰어난 질환에 대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려면 반드시 효과적인 치료약 또는 치료법이 있는 질환에 한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상이 시작되기 전 신생아 시기에 진단받아 치료하면 그 후 병의 경과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SMA의 경우 유일한 치료제(스핀라자)가 국내에 허가돼 있으며 지난 4월부터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증상 발현 전 SMA 환자의 조기 치료 효과도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무증상 시기부터 빠르게 치료제를 쓰기 시작한 SMA 영아들은 모두 인공호흡기 도움 없이도 생존했으며 스스로 앉는 것이 가능해졌다. 심지어 10명 가운데 8명은 혼자 걸을 수 있게 되는 등 정상적인 영유아 운동 발달 지표를 보였다. 조기 치료받지 못한 SMA 영아들이 보통 만 2세 전에 사망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채 교수는 “신생아선별검사를 통해 태어나자마자 SMA로 진단받을 경우 발병 초기나 증상이 나타나기 전 치료를 시작할 수 있어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치료받지 않으면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누워 있거나 최악의 경우 살아 있지 못하게 될 아이가 스스로 숨을 쉬고 걷는 등 평범한 생활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조기 진단·치료 시, 삶 나아졌을 것”

폼페병 역시 신생아선별검사로 조기 진단이 절실하다. 폼페병은 당(글리코겐) 분해에 필수적인 효소가 선천적으로 결핍돼 과도한 양의 당이 특히 근육세포에 쌓이면서 근육이 약해지는 병이다.

영아기에 발병하면 심장근육이 약화돼 심부전 등으로 생후 1년 안에 생명을 잃을 수 있다. 근육 손상이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발견해 적극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난치병으로 분류됐던 폼페병은 결핍된 효소를 보충하는 치료법(효소대체요법)이 나오면서 치료가 가능해졌다. 실제 신생아선별검사로 영아형 폼페병을 진단받은 환아들은 치료받은 후 그렇지 않은 환아들보다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한국폼페병환우회장인 임지나(33·충북 청주)씨는 열 한살 때부터 근육 기능이 떨어져 뒤뚱뒤뚱 걷는 등 증상이 나타났지만 전문가를 찾지 못해 스물 아홉살이 돼서야 폼페병을 최종 확진받았다. 그는 현재 병이 많이 진행돼 보행이 힘들고 잠잘 때 인공호흡기를 껴야 한다.

임씨는 “신생아선별검사를 받아 병을 일찍 발견했더라면 내 삶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고 물질적·경제적 부담과 고통도 덜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폼페병 진단 환자는 40명 정도 된다. 하지만 병명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포함하며 1200명 정도 있는 걸로 추정된다.

뮤코다당증은 세포 내 기관인 ‘리소좀’에 여러 가지 효소가 부족해 생긴다. 영아기에 독특한 얼굴 모양과 골격계 이상, 정신지체, 성장지연 등 증상을 보인다. 뇌와 간, 심장 등 신체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서운 병이다. 7가지 유형이 보고돼 있다.

현재 1, 2, 4, 6형은 치료제(효소대체요법)가 개발돼 있다. 이들 유형의 환자는 효소대체요법으로 조기 치료를 받을 경우 뇌 등 장기 손상을 막아 보호자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성윤 교수는 “치료제가 개발된 유형의 경우 신생아선별검사 대상에 들어가면 조기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뿐더러 환자 삶의 질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하지만 신생아선별검사의 경우 위양성(가짜 환자)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데, 검사 결과가 모호하게 나올 경우 확진이 안 되는 상황에서 치료제를 쓸 순 없다”면서 “이땐 추적 관찰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태어나자마자 수주 안에 사망 확률이 높은 유전질환인 ‘중증복합면역결핍증’과 역시 효소 결핍에 의해 생기는 ‘고셔병’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 경우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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