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안방 웃음을 책임져온 ‘장수 예능’의 부진이 잇따르고 있다. 프로그램들 저마다 시청률 하락세에 허우적대고 있는데, 이는 토크쇼 예능의 한계와 뻔한 포맷의 반복에서 오는 싫증 탓이 크다.
지상파 최장수 토크쇼에 빛나는 ‘해피투게더’(KBS2)는 최근 최저 시청률 기록을 매회 경신 중이다. 지난 15일 2.7%(닐슨코리아)를 기록한 데 이어 22일에는 2.5%까지 떨어졌다. 2001년 첫 전파를 탄 이래 19년을 통틀어 최악의 성적이다.
본래 해피투게더의 인기는 재기발랄한 코너들 덕이 컸다. 시즌1의 알맹이였던 ‘쟁반노래방’을 포함해 ‘웃지마 사우나’ ’야간 매점’ 등 매 시즌 트렌디한 코너들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연예대상에서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2007) 등 굵직한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지난해 이뤄진 시즌4 개편이 침체의 시작이었다. 국민 MC 유재석도 위기를 타개하기엔 힘에 부쳤다. 방송 대부분이 밋밋한 토크로만 채워졌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시그니처 코너로 밀고 있는 ‘흑역사를 지워 드립니다’도 게스트의 옛날 사진 등 지우고 싶은 과거를 함께 들춰본다는 것 외에 별다른 특별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라디오스타’(MBC)도 마찬가지. 잘 알려졌듯 라디오스타는 예능 ‘황금어장’의 인기 코너였던 ‘무릎팍도사’가 끝난 후 뜨는 시간을 메울 자투리 예능으로 2007년 첫발을 뗐다. 김구라 신정환 등 MC들은 정규편성을 위해 ‘독한 토크’를 풀어냈는데, 이게 숱한 마니아들을 만들어내면서 독립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게스트 근황 토크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수위가 조절되면서 이질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하나둘 떠나는 모양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SBS) 등 쟁쟁한 예능들이 동시간대에 편성되는 악재가 겹치면서 한때 10~15%였던 시청률은 현재 4%대를 맴돌고 있다. 다음 달에는 12년간 프로그램을 이끈 윤종신이 하차하는 위기도 예고돼 있다.
그렇다면 장수 예능의 연이은 부진은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원인을 토크쇼 포맷이 가진 한계에서 찾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제는 토크쇼가 아니어도 연예인들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SNS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며 “요즘 토크쇼의 내용 대부분이 게스트들의 홍보성 이야기로 채워지면서 흥미를 크게 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토크쇼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7일에는 또 하나의 장수 예능 ‘안녕하세요’(KBS2)가 난데없는 폐지설에 휩싸였다. KBS의 최근 경영난을 둘러싸고 퍼진 소문이었는데, 당시 방송사 측은 이를 즉각 부인하면서도 “여러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현재 5%대에 머물고 있는 안녕하세요의 쇄신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는 셈이었다. 하 평론가는 “시청률이 떨어지는 건 곧 변화가 있어야 된다는 말”이라며 “예능 추세가 리얼리티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트렌드를 가미한 프로그램이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