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28일(현지시간) “한·일 양국에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한·일 양국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 우리가 필요한 궤도로 돌아가길 바란다”면서 양국에 대화를 통한 합의를 주문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담당 차관보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한국에 압박을 가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제거하고 통상적인 무역 관계로 돌아가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한·일 갈등 중재를 위한 미국의 특사 파견 가능성도 거론했다.
미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촉발된 이후 일본에 대해 “실망했다(disappointed)”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에 백색국가 제외 조치 철회를 공개적으로 주문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그동안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집중적으로 표출해온 미국이 일본 책임론도 들고 나오면서 향후 미 정부가 한·일 갈등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떠맡고 나설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미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까지 번진 한·일 갈등에 대해 언급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달 초순 한·일을 차례로 방문한 것을 거론하면서 “나는 도쿄와 서울에서 내 카운터파트들에게 이(실망감)를 표현했었고, 그들이 양측 간에 해결할 것을 권고하고 촉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더 큰 위협 등 공동의 위협이 있다”면서 “우리는 함께 협력할 때 더욱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일이 이 문제를 잘 넘어서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한·일 갈등과 관련해 “에스퍼 장관의 실망을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한·미·일이 3국 간에 효과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우리의 공통 이익에도 부합한다”면서 “우리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또 “우리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다른 방법들을 갖고 있지만 매우 강력한 (한·일) 양국 간 정보공유 합의와 같이 효과적인 것은 없다”면서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동맹의 위기 또는 컨틴전시(비상상태)에 대처할 다른 방법은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일에 대한 실망감을 동시에 표출하며 한·일 대화를 촉구했지만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압박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이날 오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강연을 통해 “지금은 (한·일) 양측이 행동해야 할 때”라고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한·일) 갈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특사(envoy)를 보내든 아니든 간에 유사한 관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 (특사) 계획에 대해서 나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발 뺐으나 “잠재적으로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가능성들이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