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29일 ‘일본 정부가 과거사 반성은 외면한 채 경제보복 이유에 대해 수시로 말바꾸기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에 “한국 측에 국제법 위반 상태를 해결하라고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코멘트하는 것을 삼가겠다”고 했다. 이어 “한·일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이므로 우리로서는 한국 측에 대법원 판결로 야기된 국제법 위반 상태를 해결하라고 계속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임시 국무회의에서 “일본은 정직해야 한다. 경제보복 이유를 정직하게 밝히지 않은 채 수시로 말을 바꾸면서 합리화하고 있다. 어떻게 변명하든 과거사를 경제 문제와 연계한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스가 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현재 한·일 관계는 이 협정의 종료 통고를 포함해 한국 측의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계속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국가 간 신뢰’와 ‘안보’를 이유로 수출 규제를 강행하면서도 안보 협정인 지소미아는 유지해야 한다는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일본은 불화수소를 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수출 허가했다. 일본은 지난달 4일부터 불화수소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그동안 일본은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하기도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한국 수출량은 한 달 만에 80% 이상 급감했다. 일본 재무성이 공개한 지난달 품목별 무역통계를 보면 불화수소 한국 수출량은 479t으로 전월 대비 83.7%나 감소했다. 재무성 관계자는 “수출량 감소는 확실하지만 그 이유까지는 통계에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일본 NHK방송은 전했다.
교도통신은 “수출 규제 강화 때문으로 보인다”며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선명해지면 한국의 반발이 강해지는 것은 필연적이고, 한·일 관계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무카이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상석주임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산업의 일본 이탈이 진행될 수 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권중혁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