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다채로운 브랜드카페를 통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홍보를 위해 ‘팝업 카페’를 짧은 기간 열었다가 닫기도 하고, 업체 정체성을 전하기 위한 전략점포 ‘안테나숍’도 심혈을 기울여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우연히 들른 브랜드카페에서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봉지 과자나 캔 음료의 낯선 모습을 보게 된다. 친근한 공산품들이 사실은 고급 디저트 못지않게 전문적이고 고급스러운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가 하면 다른 카페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얻고 휴식을 즐길 수 있다.
팝업스토어는 기업 홍보 차원에서 임시로 운영된다. 빙그레는 지난 6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공원에 자사의 대표적 장수제품 투게더의 팝업스토어 ‘투게더 피크닉하우스’를 열었다. 피크닉하우스는 연남동 일대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카페들에 뒤처지지 않는 디저트 카페로 꾸며졌다. 내부에는 셀프 사진 스튜디오가 마련됐고 옥상은 테라스로 꾸몄다. 방문객들에게는 투게더 신제품 ‘투게더 미니’가 무료로 제공됐다. 피크닉하우스에는 19일 동안 2만명이 다녀갔다. 피크닉하우스가 인기를 끈 덕분에 투게더 미니도 출시 3개월 만에 50만개 넘게 팔렸다.
동서식품도 지난 5월부터 2개월간 서울 마포구에 ‘모카라디오 카페’를 운영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맥심 제품을 무료로 시음하고 ‘모카 DJ’에게 사연을 신청할 수 있었다. 2달 동안 11만명이 다녀갔다. 동서식품은 매년 모카책방 모카다방 모카책방 모카사진관 모카우체국 등 새로운 형태로 맥심 브랜드 홍보 활동을 한다. 동서식품은 강원도 양양 서퍼비치에도 또 다른 브랜드 카누 비치카페를 운영했다. 복잡한 휴가지에 선베드와 해먹을 마련해두고 카누 아이스커피를 제공해 휴식공간으로 사랑받았다. 지난 7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5만여명이 다녀갔다.
동서식품은 이와 별개로 지난해 4월부터 용산구 한남동에 ‘맥심플랜트’도 운영하고 있다. 동서식품 소유 건물에 매장을 마련하고 인테리어와 제품 구성에도 각별히 공을 들였다. 기획을 시작한 후 오픈에만 수년이 걸렸다. 원두를 저장하는 9개의 사일로와 로스터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로스팅룸을 갖춰놓고 스페셜티를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브랜드 체험관이다. 동서식품은 지난 4월까지 총 20만명이 다녀갔다고 추산한다. 동서식품의 주력상품은 맥심 모카골드와 맥심 카누 등 인스턴트커피다. 하지만 이를 만들려면 로스팅 등에서 전문 능력을 갖춰야 한다. 고객들은 맥심플랜트를 들러 이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처럼 고객에게 브랜드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안테나숍의 주요 기능이다. 때문에 팝업스토어에 비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운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일시적으로 운영하는데, 임대료 등 들어가는 비용은 무시못한다”며 “반면 안테나숍은 비용이 들어가도 고정적인 연구개발(R&D) 시설로 이해하면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2016년 서울 동대문구에 옐로우카페 1호점을 열었다. 오랜 인기상품인 ‘바나나맛우유’에서 착안해 꾸민 공간이다. 바나나맛 우유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 열쇠고리 등 기념품이 인기를 끌어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을 정도였다. 최근에는 제주에 옐로우카페 2호점까지 들어섰다. 2호점은 월 매출이 3000~4000만원에 달한다.
빙그레는 옐로우카페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3년간 운영했던 1호점은 아예 폐점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옐로우카페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는 없다.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생각하면 투자비용이 크다”며 “그런데 매출이 생기니까 돈을 조금 덜 들이면서 마케팅할 수 있다. 옐로우카페 자체가 돈 벌려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2015년부터 12월부터 홍대거리 한복판에서 안테나숍 ‘해태로’를 운영하고 있다. 해태의 베스트셀러 상품들을 이용한 디저트 메뉴들을 판매하는 곳이다. 폴라포, 탱크보이 등 인기 아이스크림을 스무디로 만들어 판매한다. 누가바와 바밤바, 쌍쌍바로 만든 아포카토도 인기메뉴다. 해태로를 찾는 고객들은 메뉴 자체에서 친근감과 재미를 느낀다.
해태제과는 자사 제품을 활용해 만든 디저트를 판매하면서 고객들에게 제품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해태로에서 수제 허니버터칩을 만들어 판매했는데 매장을 찾은 고객이 ‘더 두꺼우면 맛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며 “피드백을 반영해 허니 더블칩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브랜드카페를 열 수는 없다. 안테나숍의 경우 고객 트랜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입지가 좋아야 한다. 높은 임대료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매출도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식품업계 안테나숍은 디저트·음료 카페들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다. 경험이 풍부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와 골목마다 자리잡은 고급 수제 디저트 가게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일부 안테나숍은 충분한 준비 없이 오픈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임시로 운영되는 점포가 아니니만큼 제품을 무상 제공할 수 없고 그만큼 제품 품질도 좋아야 하는데 비싼 가격만큼 퀼리티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다. 이 경우 브랜드를 홍보하겠다는 원래 목적이 무색하게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도 있다.
A씨(29)는 최근 한 식품회사가 운영하는 브랜드 카페를 찾았다. 길을 걷다가 눈에 띄게 세련된 건물 외관을 보고 기대감을 품고 들어갔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 달리 맛이 없었다. 특히 회사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원료의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경쟁사가 원료를 대는 프랜차이즈에 비해서도 맛이 떨어졌다. 카페 벽면에 적힌 브랜드 연혁은 A씨의 화만 돋웠다. A씨는 “브랜드에서 기대한 고유의 맛이 나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사진 찍을 수 있을만한 느낌이 나게 인테리어에만 신경 쓴 것 같았다”며 “평소 알고 있던 브랜드 이미지를 오히려 깎아먹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