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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점은 류덕환이 아닌 작품·배역으로 남는 것”

유명 연극 ‘에쿠우스’에서 알런 스트랑 역을 연기하는 배우 류덕환. 그는 “에쿠우스는 말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며 “삶을 되돌아보고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씨엘엔컴퍼니 제공


류덕환(32)은 배우에게 가장 어려운 일을 곧잘 해내곤 한다. 자신을 지우고 무대 위 인물을 오롯이 돋보이게 하는 일이다. 그런 그가 오는 7일부터 서울 종로구 서경대 공연예술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에쿠우스’(원작 피터 쉐퍼) 무대에 오른다. 1975년 국내 초연 후 순수와 광기 등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던 문제의 소년 알런 스트랑 역이다.

17세인 스트랑은 어느 날 밤 말 일곱 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르고 재판에 넘겨진다. 송승환 최민식 등 쟁쟁한 연기파들이 거쳐 간 역할인데, 2009년과 2015년 무대에 올랐던 류덕환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로 관객들을 사로잡았었다.

이번 에쿠우스는 2년 전 제대한 류덕환의 첫 무대 복귀작이다.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그는 “누구든 한번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며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될 수 있어서 수많은 배우와 관객들이 사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입대 후 첫 불침번 근무를 섰을 때 에쿠우스를 달달 외웠었어요. 가장 애증하는 작품이고 제 마음속 주문처럼 각인된 연극이에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출연하게 됐죠.”

1992년 ‘뽀뽀뽀’를 통해 아역으로 데뷔한 류덕환은 어느덧 데뷔 28년차가 됐다.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순길이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그는 아역 출신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 (문)근영이랑 ‘아역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얘기를 참 많이 했는데, 억지로는 안 되더라고요. 이제는 저를 자연스럽게 봐주시는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성인이 된 후에는 특출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 중이다. 드라마 ‘신의 퀴즈’(OCN),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등을 비롯해 최근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MBC)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편집이 가능한 작품을 찍을 때면 가끔 안이해질 때가 있어요. 이때 채찍질해주는 게 관객과 직접 마주하는 연극이에요. 정말 냉철한 반응이 전해져오죠. 훌륭한 동기부여가 돼요.”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배우의 모습은 뭘까. “한때는 유해진 선배님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였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는걸요. 제 장점은 ‘류덕환이 남지 않는 것’이에요. 작품과 배역으로 기억될 때 가슴 한가득 뿌듯함이 느껴지곤 해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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