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일단 만나자” LG “사과가 먼저”… 점점 꼬이는 배터리 소송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 관련 소송전이 점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기업끼리 소모적인 소송전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과 특허 침해 이슈인 만큼 소송을 통해 분명하게 시비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일각에서는 그룹 총수끼리 만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성사될 가능성은 작다.

두 회사의 소송전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LG화학 직원 76명이 2년에 걸쳐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게 발단이 됐다. LG화학은 이직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보고 올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30년간 배터리 사업을 하며 쌓인 LG화학의 노하우가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에 고스란히 넘어갔다는 게 LG화학의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LG화학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키로 했다. 또 LG전자도 다른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연방법원에 제소키로 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윤예선 대표는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국내 기업 간 선의 경쟁을 통한 경제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국민적 바람과 산업생태계 발전을 위해 보류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사가 맞소송으로 날을 세우고 있지만 ‘출구전략’에는 온도차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보다는 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맞소송이 정당한 권리와 사업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소송’이며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해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이 대화에 전향적인 자세로 나온다면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뿐만 아니라 최고위층까지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사과, 재발 방지, 보상 등이 선결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설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LG화학은 “직접 대화 제의를 받은 적도 없다”면서 “후발업체가 손쉽게 경쟁사의 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어떤 기업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소송을 통해 시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소송전을 바라보는 업계도 시선이 엇갈린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특허가 걸린 문제라면 소송이든 뭐든 두 회사가 해결하는 게 맞다”면서 “일본, 중국 업체가 비밀을 빼가는 게 더 심각한 문제인데, 국내 기업 간 소송이어서 문제가 더 확대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송이 능사가 아니라는 신중론도 있다. 이번 소송전은 한 달 변호사 비용만 50억원이 드는 등 총 2000억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이 끝나고 ‘상처뿐인 영광’만 남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화학업계 관계자는 “만약 소송 결과가 한쪽에 불리하게 나오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치명타를 입게 된다”면서 “국내 업체끼리 극단적 대결은 피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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