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최악의 8월을 보냈던 LA 다저스의 류현진(32)이 이달 첫 번째 등판에서도 부진한 투구를 하며 조기 강판됐다.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하락하는 시그널도 감지되면서 분위기를 빨리 반전시키지 못할 경우 포스트시즌까지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류현진은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했다. 류현진은 4⅓이닝 동안 5개의 삼진을 잡았지만 6개의 안타를 맞고 4개의 볼넷을 내주며 3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다저스는 7대 3으로 이겼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류현진은 3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만 맞았을 뿐 콜로라도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더욱이 다저스 타선은 경기 초반부터 폭발하면서 3회까지 5점을 내며 류현진의 부담을 덜어줬다.
그런데 타선이 한 바퀴 돈 뒤인 4회부터 류현진의 구위와 제구가 급격히 떨어졌다. 선두 놀런 아레나도에게 볼넷을 내준 뒤 이어진 1사 2루 위기에서 5번 타자 라이언 맥마흔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이어 라이멜 타피아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햄슨에게 다시 볼넷을 허용한 이후 드류 부테라가 친 빗맞은 타구가 외야에 떨어지며 2점째 점수를 내줬다.
다저스가 4회말 피더슨의 투런홈런으로 7번째 득점에 성공하며 류현진도 한숨을 돌리는가 했다. 그러나 5회초 쉽게 원아웃을 잡은 이후에 세 타자 연속 안타를 내주며 7-3이 됐다. 특히 천적 아레나도는 5개의 파울을 쳐낸 끝에 중전안타를 날리며 류현진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결국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5회초 1아웃 주자 1, 2루 상황에서 좌완 계투 아담 콜레렉으로 투수를 교체했고 다저스는 더이상 점수를 주지 않았다. 직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다가 무너진 패턴과 흡사했다. 타자들의 눈에 익숙해지면 쉽게 난타당할 정도로 투구 위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35에서 2.45로 상승했다.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8승 8패 2.76), 워싱턴 내셔널스의 맥스 슈어저(9승 5패 2.60)가 최근 난조를 보이며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경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무너져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류현진은 경기 뒤 “체력 문제가 아닌 투구 밸런스가 문제”라며 “포스트시즌 전까지 예전 컨디션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도 “체력이 아닌 제구가 문제였다”고 평했다.
류현진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우려의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2년간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무릎을 꿇은 다저스는 올 시즌에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가능성이 가장 큰 NL팀이다. 사이영상 수상 경쟁도 중요하지만 포스트시즌까지 부진이 이어진다면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되고도 좋은 제안을 받기 어려워진다.
로버츠 감독의 류현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듯한 모습도 걱정이다. 류현진이 한창 잘 던졌을 때와 달리 로버츠 감독은 4점차로 넉넉히 앞서 있는 상황에서 2개의 아웃만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이 될 수 있음에도 주저하지 않고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좌완인 류현진을 좌완 계투로 교체한 것도 그만큼 현재 류현진의 구위를 못 믿는다는 반증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