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옛날에 사람이 소로 보이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소로 알고 잡아먹었는데 제 아비일 때가 있고 어미일 때도 있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요. 어떤 사람이 밭을 갈다 비가 쏟아져 처마 밑으로 피했는데, 웬 송아지가 따라 들어오더랍니다. 돌로 때려 잡아먹고 보니 아우였답니다. 너무 괴로웠던 그는 길을 떠났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는 곳을 찾아서 말이지요.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의 머리가 하얗게 센 어느 날, 마침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이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한 노인이 껄껄 웃으며 “우리도 사람을 소로 알고 잡아먹곤 했는데, 파를 먹으면서 그런 일이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나그네는 파 씨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와 텃밭에 심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오랜만에 돌아온 그를 소로 여겨 잡아먹었습니다. 텃밭에선 파란색의 파가 향기롭게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파를 뜯어 먹은 사람들은 눈이 맑아져 사람을 소로 보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 후로 아무도 사람을 잡아먹지 않았죠.

눈을 뜨게 해준 게 심산유곡 산삼이 아니라 겨우 파였습니다. 파는 맵습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게 해준 파의 의미는 눈물 아니었을까요. 말랐던 눈물을 회복해 만나는 모든 이를 소중하게 대한다면 한가위 보름달도 맘껏 환하겠지요.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