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이 된 최지연씨는 3~4개월에 한 번씩 혼자서 호텔에 묵는다. 입사 3년차를 맞던 2년 전 혼자 떠난 국내 여행지에서 처음 해본 ‘혼캉스’(혼자서 즐기는 호텔 바캉스)는 어떤 휴가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처음엔 혼자 간 여행지에서 호캉스 즐겼다면 요즘은 아예 호텔을 즐기기 위해 계획을 짠다.
IT업계에서 일하는 박모(35)씨는 명절마다 홀로 서울 시내 특급 호텔을 찾는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라운지에서 가볍게 식사를 해결하고, 수영도 하고, 주변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묵은 피로를 푼다.
박씨나 최씨처럼 ‘나 홀로’ 호텔에 묵는 이들이 늘고 있다. 1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1인 투숙객이 점점 증가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1인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예전에 1인 숙박은 40~50대 이상 비즈니스 투숙객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휴식을 즐기기 위한 20~30대로 확산되는 추세다. 그래서 1인 패키지 상품도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호텔서울은 혼캉스 전용 ‘펀 앤드 레이지’(Fun & Lazy) 패키지를 진행한다. 나른하게 쉬거나 신나게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혔다. 호텔에서 빌려주는 VR 기기로 스포츠 게임이나 입체감을 즐길 수 있는 VR 체험 콘텐츠 등을 즐길 수 있다. 조식은 룸서비스로 제공해 투숙객이 ‘혼자만의 시간’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최근 1인 전용 패키지를 문의하는 고객이 증가해 휴식과 재미를 모두 누릴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이필드호텔은 ‘베러 미’(Better Me) 패키지를 마련했다. 룸서비스, 사우나, 수영장, 헬스클럽 이용 등이 가능하다. 별다른 것 없어 보이는 상품인데 색다른 서비스가 숨어있다. 호텔 방에 안마의자가 비치돼 있어 마음껏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쉼’에 방점을 찍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패키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색다른 체험을 즐기려는 혼캉스족을 위한 상품도 있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은 ‘주인공은 나야나’ 패키지를 내놨다. 가죽공예, 프랑스 자수 등 취미 클래스 이용권이 제공되는 상품이다. 뷔페 레스토랑이 부담스러운 투숙객을 위해 호텔 내의 모든 레스토랑에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바우처도 제공한다.
혼캉스는 여성들이 더 선호하는 바캉스 방식이지만 20~30대 남성들에게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서울 강남은 그래서 젊은 남성을 겨냥한 ‘옴므 스타일’ 패키지를 내놔다. 남성전문 화장품과 면도기를 제공하고, 사우나와 조식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이다.
호텔업계가 1인 패키지를 앞다퉈 내놓을 만큼 혼캉스족이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혼캉스의 매력에 대해 최씨는 “어떤 것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씨는 “인간관계의 피로감이 쌓이고 쌓여서 감당이 되지 않을 때 호텔이 훌륭한 피난처가 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깨끗하고 안락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값비싼 투숙료를 내면서 특급호텔을 이용하는 박씨는 “비용이 만만찮지만 1년에 두 번 정도는 나를 위해 기꺼이 투자하고 싶다”며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나면 일에 활력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