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변화가 무의미한 추억의 가수

가수 유승준이 지난 17일 방영된 SBS 연예정보 프로그램 ‘본격연예 한밤’ 제작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승준은 “(군대에 가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건 맞지만 처음부터 뒤에서 시민권 딸 거 다 따고 ‘가겠다’고 한 건 아니었다. (나는) 그런 비열한 사람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SBS 제공




유승준을 향한 대중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음원사이트나 유튜브에는 비범한 능력과 끼를 치켜세우며 그리움을 표하는 댓글이 수두룩하다. 반면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그의 기사에는 짙은 적대감과 강한 배타성을 띤 힐난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한쪽에서는 사랑을 받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욕먹기 바쁘다. 유승준은 가히 애증의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1997년 ‘가위’로 데뷔한 유승준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달렸다. 춤 잘 추는 멤버와 노래 잘하는 멤버가 결점을 보완하는 형태의 댄스 그룹이 쏟아지던 시절, 유승준은 춤과 노래 모두 능숙해 단연 돋보였다. 현란하게 발을 움직이며 무대 위를 활보하면서도 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강렬한 눈빛을 보내다가도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 상반된 모습도 매력적이었다. ‘나나나’ ‘열정’ ‘비전’ ‘찾길 바래’ 등 타이틀곡들은 매번 세련미와 대중성을 두루 갖췄다.

그러나 응원의 열기는 2002년 급격히 식게 된다.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의무를 회피한 것이다. 스케줄을 마치고 귀국하겠다는 각서까지 받았던 병무청은 괘씸함에 법무부에 유승준의 입국 금지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여 유승준을 입국 금지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한국 땅을 밟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음반은 냈다. 2007년에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을, 올해 1월에는 미니앨범 ‘어나더 데이’를 발표했다. 앨범들이 등록된 음원사이트 페이지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지만 노래의 히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유승준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대립된 생각만 어지럽게 나부낄 뿐이었다.

많은 이의 이목을 수월하게 이끌어 내고 있음에도 노래가 인기를 얻지 못하는 상황은 꽤 흥미롭다. 유승준과 마찬가지로 병역 비리 문제로 질타를 받는 MC몽은 음반을 낼 때마다 노래들이 자리를 예약한 듯 음원차트 상위권에 쑥쑥 오르기 때문이다. 둘에게 가해지는 비난의 강도는 엇비슷하지만 대중의 귀는 MC몽의 음악에 특히 더 너그럽다.

사실 이는 관대함의 문제가 아니다. MC몽의 노래는 확실히 대중성이 강하다. 힙합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이와 달리 유승준이 입국을 금지당한 뒤에 낸 노래들은 힙합의 색이 진했다. ‘어나더 데이’는 마니아 취향에 한층 근접한 골격을 나타냈다. 지금의 유승준은 MC몽보다 훨씬 ‘힙합 가수’ 같다.

설령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해도 현재의 음악으로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없을 것이 뻔하다. 유승준보다 랩을 잘하는 젊은 래퍼가 차고 넘친다. 차라리 추억을 겨냥해 전성기의 스타일을 흉내 내는 편이 낫다. 유승준을 좋아하는 대다수가 그 모습을 원한다. 하지만 불혹을 넘긴 그가 그때처럼 방방 뛰면서 라이브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승준은 추억으로 남을 때 그나마 아름답게 느껴질 듯하다.

한동윤<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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