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영화 ‘할렐루야’를 만들고 나서 곽선희(소망교회 원로) 목사님께 보여드렸더니 무척 재미있어 하시더라고요. 곽 목사님께서 이게 다 선교이고 전도하는 거라 말씀해 주셔서 큰 힘을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짙은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매, 건장한 체격까지 갖춰 자칫 매서울 수 있는 인상을 주는 그는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영화 제작자로서 이야기할 땐 자신감에 찼다. 하지만 하나님과의 교제와 자신의 신앙을 말할 때는 겸손했고 나긋했다.
25일 개봉한 한국전쟁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제작한 정태원(55)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야기다. 영화 개봉 전이었던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신앙과 삶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먼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이 담긴 영화 ‘장사리’를 통해 요즘 젊은 청년들에게 이 땅의 평화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80년대 후반 공연기획 사업을 하던 부친 정광택 전 새누리당 대표를 따라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후 영화제작 분야로 눈을 돌려 드라마 ‘아이리스’와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가문의 영광’ ‘인천상륙작전’ 등 숱한 흥행작을 쏟아냈다.
신앙은 중학교 3학년 때 부친을 따라 서울 소망교회(김경진 목사)에 출석하면서 갖게 됐다. 지금은 회사 근처 베이직교회(조정민 목사)에 출석 중이다. 이재철 전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목사의 ‘그날이 오면’ 설교를 즐겨 듣고, 성경 속 다윗과 솔로몬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에는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교독해 가며 성경을 일독했다. 그는 “성경을 읽을 때마다 인간이 가진 믿음의 나약함과 하나님의 끊임없는 용서와 사랑을 느낀다”면서 “그동안 살아오면서 숱한 유혹과 두려움을 마주했는데 그때마다 하나님이 던져 준 동아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단 생각이 든다”며 감사해했다.
그는 97년 세네갈에서 온 국제 사기단에 납치될 뻔했다. 거액의 투자 유치를 빌미로 접근한 그들에게 속을 뻔했지만, 신앙적 양심이 그의 중심을 잡아줬다. 그는 “30년 넘게 영화제작 업계에 있으면서 이런 경우만 서너 번은 넘긴 것 같다”며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임재를 처절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기독교 메시지를 담은 영화 제작에 대한 소망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예수 탄생과 동방박사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수입했다가 큰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면서 “코미디가 아니면 기독교 색채의 영화 흥행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성경 이야기를 희화화하지 않고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영화 ‘조스’ 같은 재난영화를 준비 중이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지구를 파괴하는 인간상과 환경오염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정 대표는 “하나님의 사랑을 매번 느끼며 살아온 만큼 앞으로는 그 사랑을 베풀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