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그룹이 만들어졌다. 제법 화려한 조합이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샤이니의 태민, 엑소의 백현과 카이, NCT 127의 태용과 마크, 웨이션브이의 루카스와 텐 등 소속 아티스트 7명으로 구성된 보이그룹 슈퍼엠(SuperM)의 출범을 알렸다. 다들 좋은 기량을 보유한 데다 기존에 속했던 팀으로 높은 인지도를 획득한 가수들이어서 ‘K팝 어벤져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슈퍼엠은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다. 유니버설뮤직 그룹 산하 레이블인 캐피톨뮤직그룹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시장 공략을 목표로 SM에 새로운 아이돌 그룹의 조직을 제안했다. 캐피톨뮤직그룹은 한국 아이돌 그룹이 성공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K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해도 팝 음악계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곳을 노리는 것은 분명 원대한 포부다.
야망은 크지만 기획은 안일하다. 하나의 아이돌 그룹을 만들려면 보통 3, 4년 정도의 세월이 걸린다. 장기간 기량을 연마해 데뷔한다고 해도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은 없다. K팝을 좋아하는 외국인이 급증하긴 했지만 이 인기도 어느 순간 갑자기 꺼질지 모른다. 일련의 조건을 고려했을 때 팝 시장 진출을 위해 당장 새 그룹을 육성하는 것은 무리한 모험일 수밖에 없다. 제작 제안을 받아들인 SM은 위험을 피하고자 ‘경력직 아티스트’를 규합했다. 이렇게 여러 팀에서 구성원을 뽑으면 그 팀과 멤버의 팬들이 자연스럽게 슈퍼엠의 지지 세력으로 정착하리라고 내다보지 않았나 싶다. 좋게 표현하면 경제 논리에 따른 안정적인 선택이다.
음반을 제작하는 방식도 구태의연하다. 작곡가 명부에는 다수의 외국인 이름이 줄지어 있다. 타이틀곡 ‘쟈핑(Jopping)’에는 10명에 달하는 외국인 작곡가가 참여했다. 외국인 작곡가로부터 받은 곡들을 엮어 하나의 곡을 만드는 SM 특유의 작풍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외국 작곡가들이 지은 멜로디가 외국 음악팬의 정서에 잘 맞을 테니 이 방식을 고수했을 듯하다.
모든 전술이 따분한 것은 아니다. 눈여겨볼 만한 시도도 존재한다. ‘쟈핑’은 ‘SMP’를 지향하고 있다. ‘SM 뮤직 퍼포먼스’의 준말인 SMP는 관현악으로 이룬 웅장하고 어두운 분위기, 전자음악과 록 음악의 성분을 버무린 거센 소리, 격렬한 춤을 특징으로 한다. 국내팬들은 익숙하지만 외국에 없는 스타일이기에 슈퍼엠의 무대는 외국인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근래 팝 음악계에서는 대체로 단출한 구성, 몽롱한 분위기의 노래가 사랑을 받는 편이다. 때문에 원기 넘치는 ‘쟈핑’이 외국에서 통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도 K팝 애호가에게 한국 아이돌 그룹은 현란한 춤과 곱상한 얼굴이 으뜸 매력으로 작용하니 그쪽에는 무난하게 파고들 것이다. 하지만 대형 배급망까지 얻은 슈퍼엠이 보여줘야 할 것은 잔잔한 물결이 아니라 확실한 히트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장제 멤버 구성, 조립식 노래의 덧없음만 증명하게 된다.
한동윤<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