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흑인남성 오인사살 사건’의 핵심 증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미국 텍사스주의 한 여성 경찰관이 남의 집에 들어가 흑인 남성을 사살한 것으로 해당 경찰관은 지난 2일 재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국민일보 10월 4일자 1면 참조).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은 6일(현지시간) 흑인남성 오인사살 사건의 증인이었던 28세 흑인 남성 조슈아 브라운(사진)이 지난 4일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의 죽음이 재판에서의 증언과 연관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브라운은 오인사살 사건의 핵심 증인이다. 백인 여성 경찰관 앰버 가이저는 야간근무 후 아파트의 다른 집에 들어가 TV를 보던 흑인 남성 보탐 진(당시 26세)을 총으로 쐈다. 집을 착각했다며 “강도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휴대전화에서 인종차별적 문자메시지가 다수 발견되면서 유죄를 면하지 못했다.
브라운은 사건 발생 당시 아파트 거주자로 지난달 공개재판에서 증언했다. 사건 당시 복도에 있었다며 두 사람이 만나는 듯한 목소리를 들은 뒤 곧바로 총격이 있었다는 그의 증언은 가이저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진 가족의 변호인이자 흑인 인권변호사인 리 메리트는 트위터에 “조슈아 브라운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가해자에게 수차례 총을 맞았다”고 썼다. 브라운은 오인사살 사건 현장에서 5마일가량 떨어진 현재의 거주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증언한 지 10일, 가이저의 선고가 있은 지 이틀 만에 총격을 받은 것이다.
목격자들은 이날 오후 10시30분쯤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 거주지 주차장에 쓰러진 브라운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경찰은 “목격자들이 ‘여러 발의 총소리를 들었고, 이후 은색 세단 자동차가 서둘러 주차장을 떠났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사건 용의자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브라운의 죽음이 재판에서의 증언과 유관한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미국 내 흑인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리트 변호사는 “매우 개인적인 일로 보인다”면서도 “그의 살인은 미국 흑인이 처해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는 국가가 허가하든 그렇지 않든 총기 폭력의 다음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끊임없이 시달렸다”고 적었다. 브라운이 증언했던 사건 역시 ‘백인 경찰관이 비무장 흑인에게 총을 쏜 사건’으로 알려지면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