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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자 의학상식] 자궁경부무력증… 재수술한다고 겁내지 마세요



“수술을 다시 해야 하겠습니다.” “아니, 재수술을 해야 된다는 말씀이세요?”

어떤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와 의료진 간의 대화내용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대화 후에는 첫 수술의 잘못 또는 재수술을 하게 된 책임을 의료진에게 물으려는 환자들의 항의가 이어진다. 첫 수술이 잘못돼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복강 내부의 단순한 양성종양 제거수술 등을 예로 들어 보자. 의사들은 수술동의서를 받을 경우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합병증에 대해 환자 측에 자세히 설명을 한다. 이 동의서에는 재수술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면 환자들은 일단 의사들에게 책임을 돌리기 일쑤다. 대화로 해결이 안 될 경우 의료 소송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단순한 양성 종양이 아니라 암과 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을 수술할 때는 어떤 풍경이 벌어질까. 이때는 아이러니하게도 환자와 의료진 간의 논쟁이 드물다. 환자 측도 질환의 특성 상 재수술은커녕 수술을 세 번, 네 번도 할 수 있기 때문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영역에서 이런 재수술 또는 2차 수술이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가 있다. 바로 자궁경부무력증이다. 자궁경부가 10개월 만삭 이전에 일찍 열려 조산 위험을 높이는 질환으로, 자궁경부를 묶어주는 ‘자궁경부 원형 결찰술’로 치료한다.

문제는 이 수술 후에 자궁경부가 다시 단축되거나 양막이 밀려 내려오는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다. ‘더블맥’ 등의 방법으로 이뤄지는 재수술이 첫 수술 때보다 훨씬 더 어렵고 정교한 처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임신이란 태아가 만삭 임신을 향해 가는 열차에 올라 탄 것과 같은 상황이다. 열차가 어떤 사고로 정지하면 그 자리에서 내려야 하는 것이 바로 조산에 해당된다. 이어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여 해결한 후에 열차를 다시 출발케 하는 것이 재수술(2차 수술)이다. 따라서 첫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한테 사고의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 조금 무리가 있다.

자궁경부무력증은 간단한 수술로 대부분 치유되는 양성 종양이 아니라 태아의 생명 보존을 위해 언제라도 2차수 술이 필요할 수도 있는 질환이다. 정상 초산모들의 조산 비율이 약 10%나 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런 경우 의료진의 잘못만을 따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수십 년 간 임상 현장을 지키면서 재수술을 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거듭 고민만 하다가 수술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하나다. 바로 아기를 쉽게 포기해선 안 되는 길이다. 조산 위험이 닥쳤을 때, 자궁경부무력증 임신부와 가족의 능동적인 생각이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두자.

박문일 동탄제일병원 원장·전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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