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간담췌암센터 유영경(간담췌외과) 교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1000회 이상 간이식에 성공한 간암 수술 전문가다. 배꼽 부위에 구멍을 단 한 개만 뚫고 그 틈으로 수술기구를 넣어 시술하는 단일통로(싱글포트) 복강경 수술법으로 간 절제수술을 300회나 집도, 이 부문 국내 최다 및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유 교수팀은 2017년 4월에 통산 간이식 수술 1000회를 돌파한 데 이어 현재 1200건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간이식 성공률은 95%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른바 간이식 수술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의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병원의 평균 85%, 피츠버그 의대병원의 평균 82%는 물론 국내 의료기관 평균 성공률(89.5%)보다도 높다. 유 교수의 도움말로 난치성 간암 극복을 위해 꼭 알아둬야 할 것들을 알아봤다.
Q. 간암을 일으키는 위험 인자는?
A. 다른 암에 비해 간암은 위험인자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는 암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러스성 만성 간염에 의한 섬유성 변화로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이다. 간경변증의 2~6%가 1년 안에 간암으로 발전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정상인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도가 100배나 높다. 우리나라 전체 간암 환자의 약 80%가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다. C형 간염 바이러스도 조심해야 한다. 감염 시 만성 간염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55~85%에 이른다. B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개발돼 있다. 피 검사를 해보고 항체가 없을 경우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백신을 3회 접종하면 막을 수 있다. 만약 산모가 만성 B형 간염 보유자일 경우 출산 후 12시간 안에 신생아에게 B형 간염 면역글로블린 주사와 함께 백신을 맞춰야 한다. 모자간 수직감염 위험을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C형 간염은 아직 예방백신이 없다. 따라서 일상생활 중 남들이 사용한 면도기나 칫솔, 손톱깎이 등의 기구를 공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활용품에 묻은 체액을 통해 간염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어서다.
Q. 간암 증상은?
A.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90%가 망가져도 환자가 자각증세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발병 초기에 특별하게 나타나는 증상이 없는 까닭이다.
증상이 있더라도 만성 간염 등 기존 간질환자에게 생기는 게 간암이기 때문에 그간 앓던 간질환 증상으로 오인해 무시하기 일쑤이다. 바로 복부 통증 및 불쾌감, 팽만감, 체중감소, 전신 쇠약감, 식욕감퇴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 같은 이상 증상도 간암이 꽤 진행된 상태에서야 나타난다.
간암 환자의 약 80%는 간이 딱딱하게 굳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간경변증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복수와 황달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환자들이 있다. 이때는 간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져 손을 못 쓰는 경우가 많다.
간암은 조기치료 기회를 놓치면 완치하기가 어려워진다. 만성 간염 등 간암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복부 초음파(경우에 따라 CT 혹은 MRI)와 혈액검사(알파태아단백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Q. 간암은 어떻게 제거하나?
A. 수술 여부에 따라 간이식과 간 절제술 등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에는 고주파열 치료, 경피적(經皮的) 에탄올 주입술 등과 같은 국소소작술, 경동맥 화학색전술, 방사선치료, 전신 항암화학요법, 항암표적치료 등이 포함된다.
조기 간암인데다 간 기능도 좋을 때는 간 절제술, 간 기능이 나쁘긴 해도 그렇게 많이 진행되지 않은 간암 제거엔 간 이식을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Q. 40, 50대 남성의 간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A. 무엇보다 최고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만성 B·C형 간염 환자가 많고, 대부분 완치가 힘든 진행단계에서 간암 진단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한국인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대 때는 백혈병, 30대에서는 위암으로 죽는 환자가 많은 반면 40, 50대는 간암, 그리고 60대 이상에서는 폐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40, 50대 연령층의 간암 조(粗)사망률(해당 관찰 기간 중 간암으로 사망한 환자 수)은 각각 인구 10만 명당 9.4명과 31명꼴인 것으로 조사돼 있다.
Q. 간암은 재발도 잦다. 치료 후 건강관리는 어떻게?
A. 간암 환자들은 암 치료 후에도 정기검진이 필수적이다.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와 함께 만성 B·C형 간염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성 간질환자는 현재 눈에 보이는 간암을 깨끗이 제거한다 해도 미래의 어느 날 남은 간에서 또 암이 생길 수 있다. 암 덩어리를 완전히 제거하는 간 절제술 후 5년 내 재발률이 50~70%에 이를 정도다.
흔히 간암 전문가들이 간 이식을 하더라도 초기에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Q. 간이식은 어떻게 하는가?
A. 간이식은 환자의 병든 간을 완전히 적출하고, 그 자리에 건강한 사람 또는 뇌사자가 기증한 간을 일부 또는 전체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배를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 3~4개를 뚫거나, 아니면 배꼽 부위에 단 한 개의 구멍만 뚫고 그 틈으로 특수 카메라가 장착된 내시경과 미세 수술기구를 집어넣어 수술을 하는 복강경 수술로 한다.
현재 간외(肝外) 전이와 혈관 침범이 없으며 종양이 한 개뿐이라면 5㎝ 이하, 여러 개일 경우엔 3개 이하이면서 각 종양의 크기가 3㎝ 이하일 때는 이식 후 4년간 무병 생존율이 92%나 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수술 시간은 생체 부분 간이식의 경우 6~7시간 정도 소요된다. 수술 성공률은 평균 90% 이상으로 세계 간이식 수술을 선도하는 미국의 82~8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간 절제술의 경우 암 제거 후 5년 내 재발률이 50~70%에 이르는 것과 크게 대비되는 치료율이다.
Q. 간이식 후 주의해야 할 점은?
A. 간이식을 받은 환자는 정기검진과 더불어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특별히 가릴 음식은 없으나 단백질이 많은 것이 좋으며 감염 예방을 위해 첫 3개월 동안은 과일, 야채도 삶아서 먹는 등 생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음주나 흡연을 다시 해서도 안 된다. 간에 좋다는 속칭 ‘○○녹즙’ 등 엑기스류도 멀리 해야 한다. 평소 먹어보지 않았던 것이라면 더욱 더 위험해 조심해야 한다.
Q. 평소 간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A. 무엇보다 간경화가 생길 수 있는 요인부터 막아야 한다. 간염 예방백신 접종 및 치료와 더불어 주기적으로 간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 B·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높이는 비정상적인 성생활, 지속적인 과음과 흡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물의 오남용, 과로 등도 피해야 한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