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개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위한 사전 실무접촉이 별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고위급 협상단도 조기 귀국할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무역협상이 다시 미궁으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양측이 협상 방식에서 ‘스몰딜’과 ‘빅딜’로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는 데다 최근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문제와 홍콩 시위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등 부정적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 중국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개최한 무역 실무협상에서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고, 이틀로 예정된 고위급 협상 일정도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는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이 이끄는 중국 실무 협상단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와 지식재산권 보호까지 2개 분야로 의제를 축소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SCMP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 협상단이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제 금지와 국영기업 보조금 폐지 등 미국이 요구하는 의제에 대한 논의를 회피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 측은 자국의 최우선 과제인 추가관세 인상 동결을 고려하도록 미국 협상단을 설득했으나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농산물 수입 확대와 지재권 보호의 일부 조건을 들어주고 추가관세 부과 중단을 얻어내는 ‘스몰딜’을 원하지만 미국은 모든 의제를 포괄 타결하는 ‘빅딜’을 원해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대해 기술이전 강제 금지, 지재권 보호, 산업보조금 지급관행 중지, 농산물·서비스 시장개방, 무역합의 이행강제 장치 등을 요구해왔다.
실무협상이 성과없이 끝남에 따라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고위급 협상단이 10일 하루만 협상을 하고 예정보다 일찍 워싱턴을 떠날 수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류 부총리의 방문 계획이 변경됐다는 것을 현재로선 모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합의할 수 있다. 합의할 것이다. 정말 좋은 기회”라며 “중국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일에는 “내가 선호하는 것은 ‘빅딜’을 이루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무역협상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미 상무부가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를 이유로 중국 기관·기업 28곳을 제재 리스트에 올린 데 이어 중국 관리들에 대한 비자 발급도 제한했기 때문이다.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단장의 홍콩 시위 지지가 발단이 된 갈등도 양국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냉정하게 분석하면 담판은 상당히 힘들 것이고 결과는 매우 불확실하다”며 “중국 사회는 어떤 결과도 의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중국 관리들이 합의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중국 관리는 “무역이나 양국의 전반적인 관계 개선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