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평양서 ‘외로운 싸움’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평양 원정의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을 앞두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벤투호가 응원단·취재진·중계진 없이 북한 평양 원정길에 올랐다. 국내 지상파 방송 3사가 북측에서 촬영된 영상을 위성 전파로 수신하는 생중계 방식을 논의하고 있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의 ‘외로운 평양행’은 불가피해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포함한 대표팀 선수단 25명과 대한축구협회 실무진 30명은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에어차이나 항공편으로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실무진을 제외하면 선수단과 동행한 인원은 없다. 북측이 방북 비자를 위해 필요한 초청장을 선수단과 실무진에만 발송하면서다. 협회 관계자는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추가 인원의 방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수단과 실무진은 14일 오후 1시25분 베이징발 에어차이나 항공기로 평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어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 원정경기를 갖는다. 한국은 2전 전승에 10득점 무실점으로 1위, 북한은 같은 전적에 3득점 무실점으로 2위다.

북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관계자를 만나 ‘경기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만 대한축구협회로 전달했을 뿐 그 밖의 실무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선수단은 베이징을 경유한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하고, 현지 적응과 훈련을 하루 안에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을 벌이게 됐다.

벤투 감독은 베이징으로 떠나면서 “선수단의 분위기가 좋다”며 “모두가 건강한 상태로 원정을 떠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팀의 방북 절차는 소지품을 세심하게 점검할 만큼 삼엄하다. 미국산 노트북 컴퓨터·휴대전화 소지는 금지된다. 미국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에서 제작된 대표팀 유니폼을 북한 선수들과 교환할 수 없다. 북한은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다.

국내 생중계 여부는 불투명하다. 월드컵 예선의 방송 중계권은 홈팀 축구협회의 소유다. 국내 지상파 방송 3사인 KBS·MBC·SBS는 에이전시를 통해 북한축구협회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회신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축구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 3사 에이전트가 지난 11일 평양으로 들어가 생중계 협상을 시작했지만 아직 북측의 입장이 전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14일 중으로 협상 결과가 확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5일 평양에서 레바논을 2대 0으로 이긴 H조 1차전 홈경기에서도 생중계를 허가하지 않고 이튿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방송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