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아우디, 벤틀리 등에서 활약한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를 북미 담당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제네시스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공개를 한 달 남짓 앞둔 시점이어서 북미 지역 브랜드 전략 강화를 위한 단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제네시스는 오는 21일부터 마크 델 로소(55·사진)가 북미 담당 CEO로 합류한다고 13일 밝혔다. 로소 CEO는 본사 제네시스 사업부 지휘 아래 북미 지역의 제네시스 판매와 브랜드 전략을 맡을 예정이다.
로소 CEO는 특히 아우디 미국법인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재직하면서 77개월 연속 판매 증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아우디 미국법인은 로소 CEO의 활약으로 연간 20만대 판매 목표를 계획보다 5년이나 앞서 달성했다. 벤틀리 미국법인 사장으로 부임해서는 현지 딜러망을 정비하는 등 벤틀리의 미국 사업 전반을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에 럭셔리 브랜드를 표방하며 2016년 진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렉서스,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쟁쟁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의 판매대수는 진출 첫해인 2016년 2만6409대에서 2017년 2만730대, 지난해엔 1만312대로 줄었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판매량은 1만3404대를 기록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올해 북미 딜러망 구축이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GV80 등 신차를 투입해 미국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는 2017년 뉴욕모터쇼에서 ‘GV80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GV80은 국내 시장엔 다음 달, 해외 시장엔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이다.
올해로 3회째 PGA투어 ‘제네시스 오픈’을 후원해 온 제네시스는 내년부터 대회가 ‘인비테이셔널’ 대회로 격상됨에 따라 북미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그밖에도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공식 후원,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베니티 페어’와의 파트너십 등 스포츠와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아우르는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COO는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차로부터 분리된 지 4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빠르게 판매를 늘려나가고 있다”면서 “럭셔리 브랜드 시장에서 탁월한 실적을 남긴 로소 CEO의 합류는 제네시스가 북미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는 사다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