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배우 박준규(55)에게선 친근함이 묻어났다. 지난 7월 인기리에 끝맺은 드라마 ‘검법남녀2’의 강동식 수사계장, 혹은 예능에서 그가 보여준 유쾌하고 담백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를 만난 건 오는 25일부터 대학로자유극장에서 선보이는 연극 ‘렌드미어 테너(테너를 빌려줘)’ 때문이었다. 그에게 연극 무대는 10년 만인데, 30여년 연기경력의 그가 소극장에 선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박준규는 “좋은 사람들과 재밌는 작품을 하는데,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냐”며 소탈하게 웃었다.
100분 동안 웃음이 간단없이 이어지는 극이다. 전설적인 테너가 죽었다는 오해로 테너 지망생이 대신 무대에 오르며 벌어지는 일들을 발랄하게 담는다. 박준규의 배역은 오페라단 단장 선더스. 1986년 초연돼 25개국에서 공연된 히트작으로 ‘공주는 잠 못 이루고’ 같은 유명 오페라 아리아를 즐길 수 있는 이색극이다.
“굉장히 신선해요. 웃고 상쾌하게 집에 가실 수 있을 거예요. TV 드라마처럼 친숙한 말투로 풀어내 한층 더 재밌을 겁니다. 농구선수처럼 내내 뛰어다녀야 해서 힘에 부치긴 합니다, 하하.”
1988년부터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박준규는 숱한 캐릭터들을 소화해 왔다. 그중 “출세작이자 대표작”인 ‘야인시대’(2002) 쌍칼 역을 빼놓을 수 없는데, 대중들은 ‘X맨’(2006) 등 버라이어티에 출연했던 그의 활기찬 모습에 한 번 더 빠져들었다.
“원래 코미디를 좋아하는데, 자꾸 쌍칼 같은 역할만 들어와 예능에 뛰어들었어요. 예능 출연을 꺼리는 배우들이 많은데, 저는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기든 예능이든 시청자와 함께하는 방법이죠.”
최근에는 예능 ‘얼마예요?’(TV조선) 등에서 아내 진송아(53)씨와 잉꼬부부 생활을 전하며 사랑받고 있다. 뮤지컬 무대에서 아내를 만나 1991년 결혼한 그는 “각방 한 번 써본 적 없다”며 “서로 고치려 들지 않는 게 오랜 사랑의 비결인 것 같다”고 여전한 각별함을 뽐냈다.
잘 알려진 대로 박준규는 한국 영화계에 획을 그은 배우 박노식의 아들이다. 그의 두 아들 종찬(27)과 종혁(21)도 배우의 길을 걸으면서 3대 연기자 집안이 됐다. 그는 “아이들이 배우로 성장하길 바라지만, 나 또한 계속 발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전했다.
“쌍칼 같은 도약을 꿈꾸면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어요. 3년 전 뮤지컬 제작에 참여했다가 빚이 꽤 만만치 않게 됐는데, 뮤지컬도 내년쯤 다시 한번 해보려고요. 칼을 뽑았으면 뭐라도 베고 끝내야죠(웃음).”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