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깜깜이 평양 원정’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식전으로 처음 성사된 북한 원정경기를 관중의 응원과 TV 생중계가 없는 ‘암흑’ 속에서 치른다.
대한축구협회는 14일 “국내 지상파 3사(KBS·MBC·SBS)가 에이전트를 파견해 북측과 논의했던 위성 전파 수신을 통한 생중계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표팀 선수단 25명과 협회 실무진 30명을 제외한 응원단·취재진·중계진의 방북이 북한의 비협조적 태도로 불발된 바 있다.
남북한은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을 갖는다. 하지만 남북 간 협상이 진전되지 않음에 따라 한국 축구팬들은 현장은커녕 TV를 통한 경기 관전도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취재단 파견과 경기 중계 등을 여러 경로를 통해 북측에 요청했지만 끝내 응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국과 축구협회 모두 국제기구 등을 통해 (우리 입장을) 제기했는데 원한 만큼 되지 않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경기 시작 전까지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경기 상황을 전달받을 경로는 평양으로 파견된 대한축구협회 실무진의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가 유일하다.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예선전 생중계가 무산되기는 1986 멕시코월드컵 아시아 예선차 85년 3월 열린 네팔 원정 이후 34년 만이다. 당시 생중계 무산은 네팔의 열악한 방송 환경이 이유였다.
통상 월드컵 2차 예선의 방송 중계권은 홈팀 축구협회에 있다. 반면 원정팀 취재진·중계진에 대한 비자 발급 협조는 홈팀 축구협회의 의무사항으로 이행된다. 북한축구협회는 ‘우리의 결정 사안이 아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원정팀 민간 인원에 대한 비자 불허 문제와 관련, 경기를 끝낸 뒤 아시아축구연맹(AFC) 등을 통해 대응을 검토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손재호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