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주(州)의 분리독립 선언을 강행해 반역죄 등으로 기소된 카탈루냐 자치정부 전 지도부 12명이 대법원에서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진영은 이에 반발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대법원은 14일(현지시간) 2017년 카탈루냐 분리독립 선언을 주도한 오리올 중케라스 전 자치정부 부수반에게 폭동 선동과 공금 유용 등 혐의로 13년형을 선고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라울 로메바 전 외무장관, 호르디 투룰 전 대변인 등 8명도 같은 혐의로 9~12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당초 검찰이 25년형을 구형한 국가반역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법원은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불복종 주동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혼케라스 전 부수반은 이날 지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더 강해져서 돌아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2017년 스페인에서 벨기에로 도피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전 수반은 트위터에 “분리독립 지도자들에게 선고된 총 징역 100년은 ‘극악무도’하다”며 “우리 자녀들의 미래, 민주주의, 유럽, 카탈루냐를 위해 전에 없던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썼다.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는 독자적인 언어, 문화뿐만 아니라 자치경찰까지 운영하면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해 왔다. 카탈루냐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1000억 유로로 스페인 전체 GDP의 5분의 1에 달한다. 세금 비중도 가장 높아 카탈루냐 지역민은 자신들의 세금이 빈곤한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결국 2017년 10월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했고 91.9%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통과되자 ‘카탈루냐 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경찰병력을 투입해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스페인 연방정부는 분리독립 투표를 무효로 선언하고 카탈루냐 자치권을 박탈했다. 또 주민투표를 주도한 지도부 12명을 국가반역죄 등으로 기소했다.
대법원 선고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서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둘러싼 갈등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탈루냐 최대 민족주의 성향 단체인 카탈란국민회의(ANC)와 옴니움쿨투랄은 이날 저녁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예고했다. 카탈루냐 지방의 주요 노동단체들도 오는 18일 총파업을 벌이고 스페인 정부에 탄압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스페인 정부는 대규모 시위에 대비해 카탈루냐로 전국의 경찰력을 속속 이동시키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