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문학평론가로 평가받는 해럴드 블룸(사진) 전 예일대 교수가 1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블룸은 세계 문학계 거장들의 작품세계를 분석해 ‘영향에 대한 불안’ 개념을 주장한 뒤 동명의 책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후배 시인이 선배 시인의 업적을 뛰어넘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부정하고, 왜곡하는 치열한 투쟁을 통해서 창조성이 드러한다고 분석했다. 그의 이론은 문학을 떠나 모든 예술 분야에 적용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블룸은 20여권의 책을 썼는데 문학계의 학술적 주제를 쉽게 서술해 일반 독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힘썼다.
서구 문학의 대가 26명의 작품을 분석한 ‘서구 문학의 정전’과 성경의 기초가 된 고대 문서를 문학 작품으로 바라본 ‘J의 서(書)’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대중문학에 부정적이었던 그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싫어했고, 추리작가 스티븐 킹이 2003년 전미도서상 평생공로상을 받자 이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1930년 미국 뉴욕에서 영어를 못하는 러시아 출신 유대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이디시어(중부유럽 유대인의 언어)로 된 시를 읽으며 문학의 꿈을 키웠다. 앉은 자리에서 1000페이지 넘는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었으며 놀라운 기억력을 자랑했다. 1955년 예일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예일대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정년 퇴직 후에도 지난주까지 강단에 섰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