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버거를 파는 패스트푸드점마다 같은 이름을 가진 메뉴가 하나 있다. 상당수 패스트푸드점이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 이 메뉴는 ‘불고기버거’다. 1992년 롯데리아가 처음 개발해 출시한 이후 맥도날드, 버거킹 등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점은 물론이고 유명하지 않은 동네의 작은 버거 가게에도 ‘불고기버거’가 메뉴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 별미나 간식으로 유용하게 쓰이는 불고기버거는 패스트푸드점마다 맛의 차이가 있을까. 국민컨슈머리포트는 이런 궁금증을 품고 불고기버거를 평가했다.
롯데리아부터 노브랜드까지 ‘기본옵션’
우리나라에 대규모 체인점을 거느리고 있는 주요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 맘스터치, 맥도날드, 버거킹은 모두 불고기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27년 전 불고기버거를 처음 소개한 롯데리아부터 지난 8월 문을 연 노브랜드까지 대부분의 국내 패스트푸드점이 메뉴에 불고기버거를 두고 있다. 채소가 단출하게 들어간데다 달콤하고 친숙한 데리야키 소스를 사용해 새로운 음식에 거부감을 갖는 어린아이들에게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햄버거를 판매하는 주요 패스트푸드점 점포 수는 롯데리아가 1337곳으로 가장 많다. 맘스터치(1167곳), 맥도날드(420곳), 버거킹(340곳) 등 순으로 이어진다. 네 곳 모두 불고기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초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이마트의 ‘노브랜드 버거’도 11종의 버거 메뉴 가운데 불고기버거를 포함시켰다. 국민컨슈머리포트는 4대 버거 체인점에 노브랜드까지 5곳의 불고기버거를 평가했다.
평가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특급호텔 더 플라자 2층 뷔페 레스토랑 ‘세븐스퀘어’에서 이뤄졌다. 세븐스퀘어는 지난해부터 ‘셰프 고메 컬렉션을 통한 버라이어티 다이닝’ 콘셉트의 뷔페를 선보이고 있다. 세븐스퀘어의 모든 셰프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푸드 디자이너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목표로 셰프헌터프로젝트팀과 식재료·신메뉴 개발을 함께하고 있다.
이번 평가에는 김태우, 윤지원, 이원솔, 지호준, 함준재 셰프가 참여했다. 평가 시간에 맞춰 배달 받은 5개 브랜드 불고기버거에 ①~⑤ 숫자를 표시해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평가는 모양새, 크기, 향미, 식감, 패티의 맛, 속재료의 신선도, 전체적인 풍미, 맛의 조화와 균형 8개 항목에 대해 먼저 이뤄졌다. 이를 종합해 1차 평가 점수를 매겼다. 이어 원재료와 영양성분을 평가하고, 가격을 공개한 뒤 가성비까지 고려해 최종 점수를 냈다. 모든 평가는 최고 5점, 최저 1점의 상대평가였다.
김태우 셰프는 “기본 재료가 패티, 양상추 등으로 비슷하고 데리야키 소스를 활용해 맛의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지지는 않았다”며 “아이들이 즐겨 먹는 메뉴라는 점을 감안해 아이의 관점을 고려해 평가에 임했다”고 말했다.
패티의 맛·가성비가 순위 좌우
불고기버거를 평가하는데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패티의 맛과 재료의 어우러짐이었다. 이번 불고기버거 평가에서도 패티의 맛과 재료의 조화가 중요했다. 하지만 5개 브랜드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순위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가성비’였다.
최종 평가 1위는 ‘노브랜드’(4.8점)가 차지했다. 1차 평가에서는 롯데리아, 버거킹과 노브랜드가 각각 3.8점으로 1위를 나눠 가졌다. 노브랜드는 패티의 맛, 전체적인 풍미, 맛의 조화와 균형 등에서 두루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결정적 한 방은 가성비였다. 노브랜드의 버거 단품 가격은 1900원, 콜라와 프렌치프라이로 구성된 세트 가격은 3800원이다. 이에 반해 롯데리아는 단품 3800원·세트 5800원, 버거킹은 단품 3000원·세트 5100원으로 노브랜드보다 배 가까이 비쌌다. 노브랜드 버거는 단품 가격으로는 맥도날드(2000원)보다 100원 더 싸다.
김태우 셰프는 “가격을 보고 난 뒤 순위가 바뀌었다”며 “품질의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노브랜드의 저렴한 가격은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라고 평가했다. 함재준 셰프는 “(노브랜드 제품은) 나트륨도 적게 들어가고 칼로리 부담도 낮았다”며 “저렴한데 영양성분도 나쁘지 않아 좋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2위는 ‘버거킹’(3.6점)이 차지했다. 버거킹는 불고기버거가 주력 제품이 아닌데도 호평을 받았다. 향미, 패티의 맛, 전체적인 풍미, 맛의 조화 항목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특히 다른 제품들과 달리 그릴에 구운 듯한 향미로 고급스러운 맛을 냈다. 윤지원 셰프는 “생양파가 들어가서 버거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원솔 셰프는 “그릴향이 호감도를 높여주고, 채소의 아삭함이 식감을 살려줬다”고 말했다.
3위는 ‘롯데리아’(2.8점)였다. 1차 평가에서는 노브랜드, 버거킹과 함께 공동 1위였으나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지호준 셰프는 “채소가 많이 들어 있고 누구나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맛”이라고 했다. 이원솔 셰프는 “대중적인 맛으로 불고기버거의 기본을 보는 것 같았다”면서도 “특징이 많지 않은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4위는 ‘맘스터치’(2.6점)였다. 맘스터치 제품은 모양새와 크기 항목 평가에서는 1위를 했다. 보기에 좋았으나 맛이 기대에 못 미쳐서 아쉽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지호준 셰프는 “양상추가 통으로 들어가 있어 수제 버거 느낌이 나고 식감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속재료에 들어간 피클과 머스터드 소스가 맛의 조화를 해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5위는 ‘맥도날드’(1.2점)였다. 윤지원 셰프는 “패티가 얇아 고기보다는 햄 느낌”이라고 했고, 함준재 셰프는 “깨가 뿌려진 빵이라든지 다른 버거들이 갖추고 있는 것이 없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