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승리하고 4승 무패로 챔피언에 올랐다. 주요 선수 유출이 빈번했음에도 특유의 화수분 야구로 두산은 2010년대 후반 왕조를 건설했다.
핵심 선수들이 떠나고도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다. 다음 달 열리는 프리미어 12에 참가하는 양의지(NC 다이노스), 김현수(LG 트윈스),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은 모두 두산에서 데뷔한 국가대표 스타 출신이다. 이들은 타팀과 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전력의 핵심 선수들이 빠지면 휘청하게 마련이지만 두산은 이 기간 5차례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 우승하는 등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두산이 탄탄한 전력을 갖추게 된 이유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팀의 핵심 선수들이 포지션을 지키고 있는 동안 박건우(29), 박세혁(29), 김인태(25) 등 잠재력을 갖춘 유망주들을 20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입대시켜 더 많은 경험을 제공했다. 두산은 역대 FA 시장에서 수준급 선수들을 유출한 경험이 많아 구단의 미래를 위한 준비도 상당히 철저한 편이다.
유망주들이 돌아올 경우 이들에게 계속 기회를 주면서 해당 포지션 선수들과의 경쟁을 치열하게 시키고 있다. 박건우는 2013~2015년 두산의 화려한 외야진 사이에서 292타석을 소화했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향한 2016년 곧바로 풀타임 주전 외야수 자리를 꿰차 타율 0.335 20홈런의 대활약을 펼쳤다. 2016시즌을 앞두고 상무 야구단에서 전역한 포수 박세혁도 양의지라는 리그 최고 포수의 백업을 맡으면서 세 시즌 동안 273경기에 출전하며 1군 포수로서 성장해갔다. 두산 전력의 절반이라는 양의지가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했음에도 두산이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바로 박세혁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박세혁은 어느덧 국가대표 포수로도 올라섰다.
그렇다고 육성에만 올인하지는 않는다. 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영입전에도 스스럼없이 뛰어든다. 2015시즌을 앞두고 4년 84억원에 FA로 영입한 장원준은 이후 3년간 41승을 거두며 팀의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넘어온 조쉬 린드블럼도 올해 두산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이성열(한화 이글스)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내주고 트레이드한 오재일은 최근 4년 연속 20홈런을 날린 데 이어 이번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명장으로 우뚝선 김태형 감독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김 감독은 평소 선수단과 격의 없는 의사소통을 나누는 ‘형님 리더십’과 자신이 선택한 선수들을 철저히 신뢰하는 뚝심으로 두산을 이끌었다. 시즌에 부진했음에도 김 감독의 지지를 받은 주장 오재원은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4차전 MVP로 선정됐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