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미래가 더 밝아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82승으로 최다승 타이기록을 달성하고 미래를 말했다. 1996년 PGA에 입회한 뒤 투어 사상 최연소 랭킹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다가 바닥까지 추락한 우즈는 황제의 격에 어울리는 최다승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또다시 PGA에 자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우즈는 악천후 탓에 닷새째로 넘어온 이날 일본 지바현 인자이 아코디아 골프 나라시노 컨트리클럽(파70·741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조조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19언더파 261타로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2002년 사망한 샘 스니드(미국)가 생전에 이룬 투어 최다승(82승)에 도달했다. 지난 8월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고 다시 쓰러지는 듯하더니, 일본에서 처음 개최된 PGA 투어 신생 대회 우승으로 건재한 기량을 과시했다.
우즈는 이날 12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뒤 13번·15번 홀(파3)에서 모두 짧은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쳐 다소 흔들렸다. 18번 홀(파5)에서도 세컨드샷을 벙커에 빠뜨렸지만, 탄도 높은 벙커샷으로 홀컵 3m 앞에 공을 붙인 뒤 버디 퍼트를 기어이 잡고 우승을 확정했다. 1라운드부터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스니드는 82승을 달성했던 1965년에 만 52세였다. 1975년 12월 30일생으로 아직 마흔네 번째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으로 43세인 우즈는 스니드의 최다승 도달 연령을 9년이나 앞당겼다.
우즈는 경기를 마친 뒤 “20여년 전 첫 승을 올렸을 때 스니드와 같은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다. 82승은 엄청난 숫자”라며 “확실하게, 내 미래는 지금보다 밝게 보인다”고 자신했다. 앞으로는 1승을 올릴 때마다 PGA 기록을 본인이 스스로 쓰게 된다.
이제 우즈가 유일하게 넘어야 할 목표는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보유한 메이저 최다승(18승)이다. 현재 15승을 거둔 우즈는 앞으로 3승을 더하면 동률로 올라선다. 수술 후 첫 복귀전에서 승리를 달성한 만큼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 않는 한 향후 1~2년 사이에 메이저 최다승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1996년 프로 첫승을 거둔 이후 2000년대를 호령하던 우즈는 2009년 성추문 파동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다. 2012~2013년 8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했지만 이번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온 몸에 4차례나 칼을 대며 2014~2017년 4년간 무승에 머물렀다. 프로데뷔 후 최장 기간 무승이었다.
모두가 “우즈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투어 챔피언십을 정복, 5년 만에 우승하며 다시 팬들 앞으로 돌아왔다. 이어 지난 4월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그린 재킷을 입는데 성공하며 확실한 재기를 알렸다. 또다시 무릎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발표에 우려를 낳았지만 결국 약 두 달만에 정상에 다시 올랐다.
우즈는 이날 발표된 세계 남자골프 랭킹에서 7.21점을 받아 지난주 10위에서 6위로 네 계단 상승했다. 1위는 브룩스 켑카(미국), 2위는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다. 한편 지난 시즌 PGA 신인왕 임성재는 이날 경기에서 13언더파 267타를 기록해 맥길로이와 함께 공동 3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