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위아래로 접는 형태의 폴더블폰을 만든다. 대화면보다는 휴대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폼팩터(하드웨어 형태)는 젊은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폴더블폰에 최적화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19’를 열고 위아래로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 콘셉트를 공개했다.

올해 나온 갤럭시 폴드의 경우 책처럼 좌우로 펼쳤다 접을 수 있는 방식의 폴더블폰이었다. 평소에는 접어서 스마트폰 크기로 휴대하고 다니다가 펼치면 태블릿PC처럼 대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었다.

반면, 이날 새롭게 선보인 폴더블폰 콘셉트는 대화면보다 휴대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프레임워크그룹 정혜순 상무는 “폴더블 기술의 놀라운 점은 화면을 크게 만들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기기를 더 작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폼팩터는 주머니에 휴대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방식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조개껍데기가 열고 닫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클램셸(clamshell)’로 불리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위아래로 접는 폴더블폰을 설명하면서 동영상을 재생하는 장면을 시연했다. 폰을 위아래로 구부리면 영상이 상단 부분에서만 보이고, 아랫부분은 촬영 버튼 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메뉴가 뜨는 형식이다. 이는 폰을 접는 각도에 따라서 별도의 삼각대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셀피’를 즐기는 젊은 여성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위아래로 접히는 폴더블폰 폼팩터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초 삼성전자가 펼치면 6.7인치 화면이 되고, 접으면 정사각형 모양이 되는 새로운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카메라는 내부에 1개, 외부에 2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보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명 디자이너 톰 브라운과 협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폴더블폰은 이르면 내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나 갤럭시S11 언팩 행사에서 함께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갤럭시 폴드도 지난해 SDC에서 일부 정보를 공개한 뒤 올해 2월 갤럭시S10 언팩 행사에서 선보였기 때문이다.

아직 폴더블폰은 전 세계 시장에 대량으로 공급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일부 시장에서 제한적으로 판매될 가능성이 크다. 새 폴더블폰은 특히 중국 시장에서 먼저 출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플립폰을 꾸준히 판매해 왔다. 지난해에도 W2019라는 플립폰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스냅드래곤 845 등 최고 사양을 갖춘 고급형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5G폰인 W2020도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시장에서 플립폰 형태의 휴대전화 수요가 꾸준하고, 삼성전자가 고사양 제품을 출시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위아래로 접히는 폴더블폰으로 중국 시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위아래로 접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만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다. 과거 레이저폰으로 시장을 휩쓸었던 모토로라는 레이저폰을 폴더블폰으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TCL도 올해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위아래로 접는 폴더블폰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