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시절, 아파트 아랫집에 흑인 부부가 살았습니다. 그 부인은 무척 예민해 저희 아이들이 조금만 뛰어도 막대기 같은 것으로 천장을 한참 쳤습니다. 소음 신고로 경찰이 출동할 때도 많았습니다. 경찰은 오히려 출동할 때마다 미안해했고, 이 정도 소음도 못 견디면 단독주택에 살아야 한다며 난감해했습니다. 관리사무실에도 수차례 민원이 들어갔습니다. 관리사무실은 아랫집 재계약을 해주지 않기로 했으니 그때까지만 참으라고 위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 중 작은딸이 플라스틱 밥그릇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러자 아랫집에서는 천장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동안 참았던 화가 폭발해 식탁 의자를 들고 바닥을 있는 힘껏 내리쳤습니다. 나무 의자는 반으로 쫙 갈라져 버렸습니다. 순간 ‘아! 나도 똑같은 사람이 돼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 12:21) 악은 절대 악으로 이길 수 없습니다. 악의 목적은 우리를 악의 흙탕물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같이 악하게 되는 순간, 이미 싸움에서 진 것입니다. 악은 선으로만 이길 수 있습니다. 선한 모습으로 끝까지 버틸 때 선하신 하나님이 도와주십니다. 사람과 상황을 우리 편으로 되게 하고, 결국 악은 물러나게 될 것입니다.

손석일 목사(서울 상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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