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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APEC 회의 취소됐지만… 미·중 “무역협상 1단계 서명 예정대로”



칠레 반정부 시위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취소되면서 미·중 무역협상에도 불똥이 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APEC을 계기로 만나 무역전쟁 휴전 합의를 체결하려던 계획이 헝클어졌기 때문이다. 미·중 양국은 APEC 무산과 상관없이 무역협상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양국이 다른 장소에서 따로 만나 양자회담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지금으로서는 APEC이 칠레에서 개최되지 않지만 대체 장소가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우리는 예정됐던 시기에 맞춰 중국과 역사적인 1단계 합의를 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31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중·미 양측 대표단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양측은 원래 계획에 따라 실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협상 끝에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11월 16~17일로 예정됐던 APEC 정상회의 기간 전후에 따로 만나 1단계 합의를 공식 서명하고 추후에 2, 3단계 합의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APEC 정상회의가 돌연 취소되면서 미·중 협상에 먹구름이 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미·중은 11월 중순쯤 1단계 합의에 서명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중 양측은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아직은 물밑에서 회담 장소 물색을 위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이 APEC 정상회의를 대신해 미국에서 회담을 갖자고 중국 측에 제안할 의사가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 역시 마카오에서 회담을 갖는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중 양측이 정상회담 장소를 두고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장기 시위 사태가 이어지는 홍콩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마카오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여는 것은 시 주석의 외교적 승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11월 초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3(한·중·일)’과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예정돼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따라서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미·중 회담을 여는 방안도 거론된다.

올해 APEC 정상회의는 취소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2주 남짓 남은 상황에서 대규모 다자회의를 새로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레베카 파티마 스타 마리아 APEC 사무국장은 트위터에 “APEC 사무국은 칠레 정부의 정상회의 취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칠레가 APEC 의장국으로서 포괄적 성장을 열성적으로 지지해준 데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말레이시아가 2020년 APEC을 주최한다”고만 밝혔을 뿐 올해 정상회의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개최 장소로 낙점했다가 철회한 마이애미주 ‘트럼프 내셔널 도럴’에서 올해 APEC을 대신 여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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