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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日 법무상 의혹 나오자마자 갈아치웠다

31일 사임한 가와이 가쓰유키 일본 법무상. AP연합뉴스


가와이 가쓰유키 일본 법무상이 31일 부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사임했다. 지난 9월 11일 개각 후 두 달도 안돼 각료들 가운데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에 이어 두 번째 낙마자다. 아베 신조 총리는 해당 의혹 보도가 실린 주간지가 발매된 당일 가와이 법무상의 사직서를 수리하며 조기 수습에 나섰다.

NHK 등은 가와이 법무상이 이날 오전 8시쯤 총리 관저를 찾아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주간지 슈칸분슌은 31일 정식 발매에 앞서 전날 온라인판을 통해 가와이 법무상의 부인 가와이 안리 의원이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법정 상한액이 넘는 보수를 13명의 선거운동원들에게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공직선거법은 연설 진행요원이나 수화 통역에 대한 보수를 일당 1만5000엔(약 16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가와이 의원 측은 일당 3만엔(약 32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슈칸분슌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원 매수’에 해당돼 매수자와 운동원 모두 3년 이하 징역이나 50만엔(약 53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가미와키 히로시 고베가쿠인대 교수는 “후보자 본인 몰래 비서나 회계책임자 등 다른 사람이 선거운동원들에게 과도한 보수를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연좌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가와이 의원은 당선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다.

가와이 법무상은 사표 제출 후 기자들에게 “이번 일은 나도 아내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면서도 “관련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법무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1분1초도 법무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가 손상돼선 안 되기에 아내와 상의한 끝에 오늘 아침 사임을 결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슈칸분슌은 선거대책 관계자를 인용해 “가와이 의원이 선거 대책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스가와라 전 경제산업상이 지난 25일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멜론과 명란젓 등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으로 사퇴한 지 1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라 일본 정계의 충격은 컸다. 야권은 “내각 총사퇴에 해당하는 사태”라며 비판하고 있고, 여권에서도 ‘인사 실패’라는 비판이 나왔다. 아베 총리는 가와이 법무상의 사직서를 받자마자 즉각 수리하며 조기 수습에 나섰다. 스가와라 전 경제산업상 사태 때도 “임명 책임은 제게 있다.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표를 즉각 수리했던 그는 이날도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과 고노 다로 방위상의 실언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에 사과하기도 했다.

전광석화 같은 사직서 수리의 배경에는 몇몇 각료들의 비리로 내각 전체가 흔들리는 일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아베 총리의 의중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와이 법무상의 사임과 동시에 미리 준비해 놓은 것처럼 모리 마사코 전 저출산담당상을 후임으로 발표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1년으로 단명했던 제1차 아베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당시에도 각종 스캔들과 실언으로 인한 각료들의 낙마가 결정적 실각 요인이었던 만큼 논란을 확산시키지 않겠다는 의지하에 빠른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익과 측근 중심의 ‘묻지마 개각’을 한 아베 내각의 문제들이 앞으로도 또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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