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환자들의 뇌 신경세포(뉴런)에 ‘타우(Tau)단백질’이 뭉쳐 쌓이는 공통된 현상이 발견된다. 하지만 타우 단백질이 어떻게 신경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매에 이르게 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30대 한국인 의학자가 참여한 미국 연구진이 이런 치매 연구의 오랜 난제를 풀 단서를 찾아내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손동민(35·사진) 박사후연구원(포스닥)을 비롯한 공동연구팀은 타우단백질 유전자에 특정 돌연변이(V337M)를 가진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의 줄기세포에서 분화시킨 신경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치매 발병 과정의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신경세포는 전기신호를 주고 받으며 주변 신경세포와 소통하는데, 이 소통의 빈도가 기억력과 인지력의 근간이 된다. 정상 상태에서 신경세포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교적 일정한 빈도의 전기신호를 주고 받는다.
연구진은 이번 세포실험을 통해 타우 유전자에 특정 돌연변이가 있는 신경세포에서는 전기신호의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이 정상 작동하지 않아 비정상적으로 높은 빈도의 전기신호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손 연구원은 “치매 환자의 타우단백질은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부분인 ‘축삭돌기 도입부(Axon Initial Segment)’의 세부 구조를 변형시켜서 전기신호의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의 작동을 막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환자 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신경세포가 치매 연구에 효과적 질병 모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신경세포의 축삭돌기 도입부가 치매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해 새 치료제 개발 단초를 제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뇌신경분야 저명학술지 ‘뉴런(Neuron)’ 최신호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손 연구원은 2008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UCSF에서 신경과학 박사를 받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