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사진)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비공개 모임에서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며 “사적이고 금전적인 득실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NBC방송은 12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이 지난 6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모건스태리의 비공개 국제투자행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적 감각을 외교정책에까지 적용하는 것에 의구심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복잡다단한 외교 문제를 부동산 거래 정도로 간주하며 ‘하나의 거래가 안 되면 다음 거래로 넘어가는’(win-or-lose)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비공개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외교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으로 묘사했다”고 말했다. 상호 연결돼 있어 국제관계에서는 일관성이 더 중요한데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 터키 대응에 가장 큰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비판을 감수하며 시리아 철군 결정을 내려 터키 측에 침공의 길을 열어주고, 터키의 러시아제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입을 사실상 용인한 것은 개인의 경제적 이익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맹비난했다. NBC방송은 이와 관련 “트럼프 가족이 소유한 트럼프재단이 터키 이스탄불에 사업체를 갖고 있으며, 개관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함께 참석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면 완전한 고립주의 노선을 택할 수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한 국제동맹에서 미국을 탈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대북 정책을 포함해 주요 외교·안보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지난 9월 취임 17개월 만에 전격 경질됐다. “임기 마지막 3개월간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다녔다”고 말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그의 불만은 크다. 재임 시절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압박하는 현장을 지켜봤을 뿐만 아니라 이에 적극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진 그가 미 하원의 요청에 따라 탄핵조사에 참석해 발언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