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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일상이 된 ‘시가전’… 中 “테러” 규정에 무력개입 긴장감

홍콩 중문대 학생들이 13일 학교로 이어지는 고가보도 위에서 자체 제작한 대형 투석기를 설치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고가보도 위에 각종 시위장비를 쌓아놓은 채 경찰 진입에 대비했다. 전날 중문대학 등에서는 연이틀 경찰이 대학 내부로 진입해 검거작전을 펼치면서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AP연합뉴스


홍콩 중문대학으로 이어지는 고가보도 위에 13일 헬멧과 방독면 등 보호장비를 갖춘 시위대가 화염병을 쥔 채 앉아 있다. 학생들은 대학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고가보도 위에 각종 시위장비를 쌓아놓은 채 경찰 진입에 대비했다. 전날 중문대학 등에서는 연이틀 경찰이 대학 내부로 진입해 검거작전을 펼치면서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AP뉴시스


시위대와 경찰의 ‘강대강’ 대치가 격화되면서 홍콩이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주로 주말에 이뤄지던 시위는 이제 주중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루 종일 교통대란이 이어지고, 은행 점포 수백 곳이 문을 닫았으며 의료기관의 수술까지 차질을 빚는 등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홍콩의 일부 대학은 남은 학기 수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해 본토의 무력 개입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시위대는 13일 이틀째 철로 위에 돌이나 폐품 등을 던져 운행을 막는 대중교통 방해 시위를 벌였고 이로 인해 시내 곳곳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 또는 지연됐다. 시위대는 낮에도 센트럴 등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몽콕, 툰먼, 정관오, 위안랑 등 여러 지하철역이 폐쇄되면서 문을 연 지하철 역엔 사람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미니버스나 택시 등을 타려는 시민들도 북새통을 이뤘다. 시위대가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면서 일부 도로가 폐쇄됐고, 홍콩섬과 카오룽반도를 연결하는 5개 노선을 비롯해 70개 버스 노선이 중단됐다.

시위대의 교통 방해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출근이 지연되면서 예정된 수술을 비롯해 주요 병원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다. 또 교통대란을 이유로 주요 은행의 250개 점포가 이날 문을 닫았다. 영국계 국제학교를 비롯해 많은 초·중·고등학교는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교육 당국은 목요일에도 유치원과 초·중학교, 특수학교 등의 수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대학은 1개월가량 남은 학기 수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홍콩 중문대는 남은 학기 수업을 아예 중단하고, 홍콩 과기대와 홍콩 침례대 등 일부 대학은 수업을 중단하되 인터넷 수업으로 대체키로 했다.

전날 학생들과 경찰의 충돌로 전쟁터를 연상케 했던 홍콩 중문대 교내에는 아침부터 학생들이 다시 집결해 경찰과 대치했다. 홍콩대와 침례대 등의 대학 주변에도 진압 경찰이 배치됐다.

홍콩 정부는 엘리트 인력인 ‘교도소 폭동대응팀’으로 특별경찰을 편성해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교도소 폭동에 대응하기 위해 특수훈련을 받은 정예요원이다.

홍콩 정부는 또 오는 19일 퇴임을 앞둔 스티븐 로 경찰청장 후임으로 크리스 탕(54) 경찰청 차장을 임명키로 했다. 탕 차장은 시위 사태에 대응하는 ‘타이드 라이더’ 작전의 총책임자로 강경파 인물로 알려졌다. 친중파 진영은 “탕 차장은 범죄와 폭력조직에 무관용을 보여온 인물”이라며 “급진 시위대에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중국 국무원 홍콩 연락판공실은 전날 성명에서 “홍콩의 폭력 행위가 테러리즘의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시위대는 시민의 몸에 불을 붙이는 등 명백한 테러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홍콩 경찰과 사법기관이 모든 수단을 써 위법 행위와 테러리즘을 제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서구 매체들은 홍콩 경찰의 진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난하고 “(홍콩 시위대의) 현재 상황은 광기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 후시진 총편집인은 논평을 통해 “홍콩 폭도는 가을이 지난 메뚜기 떼에 불과하다”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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