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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을 ‘시장’으로만 보지 말고 상생 파트너로 여겨야”





박번순(61·사진) 고려대 경제통계학부 교수가 동남아시아에 처음 관심을 가진 시기는 1989년이었다. 산업연구원에서 연구에만 몰두하던 그는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에 태국으로 떠났고, 방콕에서 1년간 머물렀다. 당시 태국은 매년 10%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삶은 경제 성장과 크게 관련이 없어 보였다. 중학교 진학률은 30%에 불과했고, 정치판은 엉망이었다.

태국 사회의 모순은 박 교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동남아 경제 연구에 뛰어들었다. 최근 그가 내놓은 신간 ‘아세안의 시간’(지식의 날개·표지)은 박 교수의 30년 연구 성과가 집대성된 작품이다.

박 교수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곧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내가 그동안 연구한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아세안에 속한 개별 국가들을 연구한 전문가는 많지만 아세안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 혹은 이런 작업을 벌일 사람은 국내에 많지 않아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이 나오니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네요.(웃음)”

아세안에는 동남아 10개국이 속해 있다. 1인당 GDP가 4000달러 수준인 중진국들의 연합체다. 하지만 아세안이 한국 경제에 지니는 의미는 적지 않다. 한국의 수출량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1.4%에서 지난해엔 16.6%까지 늘었다. 문재인정부는 신남방정책을 천명하고 아세안과의 협력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박 교수는 “아세안은 신흥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한국과 같은 나라일수록 아세안과 같은 ‘제3지대’를 찾아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아세안의 어제 오늘 내일을 두루 살핀 내용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박 교수는 아세안의 장밋빛 미래를 전하는 데만 집중하진 않는다. 동남아 국가의 빛과 그늘을 모두 그려낸다. 박 교수는 “한국은 아세안을 지나칠 정도로 ‘시장’으로만 여기는 측면이 있다”며 “아세안 국가들과 상생하려고 노력해야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자들이 책을 읽고 ‘동남아를 다시 보게 됐다’ ‘아세안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 ‘동남아가 매력적인 곳이라는 걸 알았다’ 같은 말씀을 해주신다면 정말 기쁠 거 같아요. 앞으로 동남아 경제 발전에 영향을 끼친 화교 기업을 연구해보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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