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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빠른 배송 경쟁시대 ‘느린 배송’의 가치 커진다

SSG닷컴이 서비스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우르르’ 서비스 이용 장면. SSG닷컴 제공


롯데홈쇼핑이 운영하는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심마니’ 어플리케이션 사용자 환경(UI). 롯데홈쇼핑 제공


메모렛사의 슬림핏 발열조끼가 지난 14일 우르르 펀딩 마감 6일을 남겨놓고 펀딩 금액을 380% 초과 달성했다. 유통업계가 운영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소규모 업체의 제품이 판매되고 인지도를 얻는 등용문이 되고 있다. SSG닷컴 제공


유통업체들이 빠른 배송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동시에 ‘느린 배송’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 느린 배송은 예정된 시간보다 지연 배송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제품 출시와 배송 시기를 조절해 최고의 품질을 갖추게 하는 크라우드펀딩과 프리오더 등을 말한다. 느린 배송은 과거엔 아이디어는 있는데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주로 채택하던 방식이었다. 소비자들이 구매를 약속한 만큼만 물량을 만들 수 있어 재고 부담이 없고, 소비자들이 펀딩에 참여할 때 선입금한 자금으로 제품 생산 동력을 얻기도 했다. 이 과정을 거쳐 어렵게 제품을 성공시키고 나서야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대규모 유통업체나 제조업체도 크라우드펀딩을 채택하고 있다. 기능성과 아이디어를 두루 갖춘 스타트업, 벤처기업 제품을 유치하거나 실험적인 제품을 도입하기 위한 시범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출시한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심마니’를 통해 젊은 고객들을 유입시키고 있다. 구매 의사를 밝힌 고객이 일정 수 이상 모이면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고객은 합리적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은 판로 개척이 가능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것이 롯데홈쇼핑의 설명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6일부터 2주 동안 ‘메이든폼 브라렛팬티 세트’ ‘산들산들 생리대’ ‘리브맘 달콤베개’ ‘주파집 차량용센서 무선 고속충전거치대’ 등 총 16개 제품을 1차로 판매했다. 이 제품들은 아이디어와 기능성은 뛰어난 반면 소비자 인지도가 낮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런데 1차 판매에서만 목표 대비 최대 22배의 이상의 판매량을 달성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부터 총 3차례 펀딩을 진행한 결과 전체 상품 중 60% 이상이 펀딩에 성공했다. 판매량 기준으로는 롯데홈쇼핑이 설정한 목표 대비 3배 이상의 판매량을 달성했다.

심마니 등록업체들은 홈쇼핑 정규시간에 편성되기엔 기업 규모와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홈쇼핑이 중소기업 제품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관문이라지만 여기에도 최소 판매 수량과 가격 등 조건이 따르기 때문이다. 심마니는 이런 기업들이 적은 수량의 제품이라도 안정적으로 판매하고 홈쇼핑에서 판매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할 기회다.

롯데홈쇼핑은 젊은 고객들의 참여도 끌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홈쇼핑은 일반적으로 50~60대 여성 고객이 가장 많은 편. 그 때문에 젊은 고객들을 어떻게 유입시키느냐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심마니 서비스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구매 고객이 35%로 가장 높았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고객이 가장 많은 롯데홈쇼핑 전체 고객 구성비와 비교해 젊은 고객층의 참여가 높았다. 취급하는 품목과 수량 자체는 많지 않은 심마니가 주목받는 이유다. 롯데홈쇼핑은 앞으로 심마니를 아예 와디즈와 같은 펀딩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아이디어 제품을 직접 발굴해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빠른 배송’ 경쟁 최전선에 선 SSG닷컴도 지난해 9월부터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우르르’를 도입했다. 서비스 초기 펀딩 성공률은 16%였다. SSG닷컴은 우르르 기획전을 메인화면에 노출시키며 지원해 최근에는 펀딩 성공률을 55%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주부들의 선호도가 높은 아이디어 상품 ‘러닝톡톡’사의 ‘소리나는 유아벽보’는 50% 할인 판매로 달성률 2940%를 기록했다. ‘아이팜’사의 ‘유아 범퍼 침대’ 역시 62% 할인 판매해 달성률이 2770%에 달했다. SSG닷컴은 내년까지 ‘우르르’ 펀딩 성공율을 80% 이상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프리오더는 크라우드펀딩과는 개념이 다르다. 크라우드펀딩은 일정 수 이상 주문이 들어온 경우에만 판매가 이뤄지고, 펀딩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면 주문액이 전액 환불되는 시스템이다. 반면 프리오더는 이미 제품과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되는 업체의 물건을 미리 주문하는 방식이다. 펀딩 목표액이 따로 없어서 주문만 하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다만 물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선주문하는 방식이므로 실제 배송이 이뤄지기까지는 수개월까지 걸리는 것이 특징이다.

SSG닷컴은 지난 8월 20~30대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프랑스 패션 브랜드에 대한 프리오더를 진행했다. 가디건, 맨투맨 등 2~30만원대 프리미엄 상품이었음에도 준비한 수량이 조기 매진됐다. 지난 7일에는 메종 키츠네 2020년 봄·여름 시즌 상품 64종을 정상가 대비 최대 60%까지 할인해 판매할 예정이다. 오는 27일까지는 ‘메종 마르지엘라’ 내년도 봄·여름 시즌 2차 프리오더도 함께 진행된다. 이번 프리오더에 구입하면, 4개월 후인 내년 2월부터 순차적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된다. 배송까지 최소 2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리는 셈이다. 그런데도 인기는 높다. SSG닷컴은 “‘본인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수령 기간과 관계없이 구매한다는 ‘취향소비’가 반영된 결과”라며 “특히, 패션 커뮤니티 사이트에 프리오더 정보가 공유되며 소위 패션에 관심이 많고 옷을 잘 입는 ‘패피(패션피플)’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는 중”이라고 밝혔다.

제조사도 크라우드펀딩 기법을 활용해 실험적인 시도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사내 벤처팀은 소비자와 함께 만드는 브랜드를 목표로 ‘플립’을 운영하고 있다. 플립은 지난해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다운패딩에 대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펀딩 참가자와 제조사가 소통할 수 있게 한 와디즈의 특징을 이용해 제품 디자인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펀딩 참여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신세계인터네셔널 관계자는 “고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어떤 유형의 제품이 인기를 끄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네셔널은 다운패딩에 대한 펀딩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보브 vs 스튜디오 톰보이의 트렌치코트 프로젝트’ 등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은 주문 후 생산 방식으로 제품 구매의 정확한 수요 예측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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