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도 별수 없었을 겁니다. 열심히 응원만 하겠습니다.”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한국 대표팀이 대만에 0대 7 참패를 당했던 지난 12일. 온라인상에는 난데없이 오재일(33·두산 베어스)이 소환됐다. 믿었던 대표팀 중심타자들이 침묵하자 팬들이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가 된 오재일의 해결사적 능력를 떠올린 것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손사래를 쳤다. 대회 경기들을 TV로 관전하며 한국 대표팀을 응원했다는 오재일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야구란 멘털 스포츠다. 최정예로 구성된 팀도 이기기 쉽지 않다”며 “내가 출전해도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최정예로 구성된 대표팀에 실망한 여론의 난데없는 호출에 스스로 많이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그만큼 오재일의 한국시리즈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정규이닝의 마지막 9회든, 연장으로 넘어간 10회든 승부처마다 밟은 타석에서 긴장하는 법이 없었다.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둘러 승부를 갈랐다. 두산이 4전 전승으로 우승한 한국시리즈에서 오재일은 두 번(1차전, 4차전)이나 결승타를 쳤다. 그것도 모두 초구였다.
“초구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감하게 휘둘렀는데 결과가 좋았습니다.” 우직한 그였지만 감격적인 순간을 회상하자 눈빛이 강렬해졌다.
오재일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한 해결사였지만, 그렇다고 불쑥 나타난 깜짝스타는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꾸준한 타자다. 올 시즌 21홈런 102타점 타율 0.293을 기록해 두산의 타선을 지탱했다. ‘20홈런-80타점’을 4년 연속으로 유지했다. 올 시즌 공인구 교체로 많은 타자들의 장타력이 현저히 떨어진 터여서 그의 일관된 타격 실력은 놀랍다. 그는 “정규리그도, 포스트시즌도 하던 대로 했다”며 “앞으로도 내 위치에서 묵묵하게 임할 것”이라고 했다.
오재일은 약간의 휴식기간을 가진 뒤 체중과 근육량을 적정선으로 유지하기 위한 체력 관리에 들어간다. 그는 “살도 조금은 뺄 생각”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