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바젤아트페어에 3년째 나가고 있는데 최고의 고객들이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었어요. 서울 대구 등지에서요. 그래서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에 처음 갔는데 역시나 엄청난 성공을 거뒀거든요. 내친김에 대구까지 내려왔죠.”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투팜스갤러리 주인 에벌린 데이 라즈리의 표정이 환했다. 화랑협회가 주최하는 대구아트페어가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13일 VIP 프리뷰에 이어 14일부터 4일간 일반에 공개된다.
한국을 비롯해 독일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캐나다 등 8개국 114개 화랑이 참여해 700여명 50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12회째를 맞아 명실공히 국제적 아트페어로 성장 중인 현장을 다녀왔다.
올해는 외국 갤러리로는 투팜스와 함께 독일 기반의 쾨니히갤러리가 처음 참가했다. 또 서울에서도 금산갤러리, 공근혜갤러리, 노화랑 등 4곳이 새로 참여해 분위기를 풍성하게 했다.
투팜스의 라즈리 대표는 “작업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도 미국 1세대 개념미술가인 멜 보크너의 작품이 벌써 몇 점 팔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근혜 공근혜갤러리 대표는 “대구는 미술애호가들의 안목이 전국 도시 중 최고”라며 “구입 단가도 센 편”이라고 귀띔했다. 올해는 갤러리 부스 벽을 국제 수준으로 높이고 공간 배치도 다양화한 덕분에 전시의 품격이 더욱 높아졌다.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의 착시 조각, 단색화 작가 이우환의 바람 시리즈, 데미안 허스트의 ‘나비’ 등 작품당 10억원 안팎의 최고가 작품을 들고나온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컬렉터들이 학구적이어서 아무거나 내놓을 수 없다. 유명하다고 덥석 사지 않고 취향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313아트프로젝트는 프랑스의 개념미술가 다니엘 뷰렌, 미국 작가 헤르난 바스, 한국의 여성 추상화가 제여란 등 국내외 작가를 소개했다.
대구에서 시작해 서울까지 진출한 리안갤러리는 독일 추상화가 이미 크뇌벨과 한국의 실험미술대가 이건용을, 역시 대구 기반의 우손갤러리는 영국 조각가 토니 크랙과 한국의 이강소 등 수억원대 작가들로 고객에게 손짓했다. 신라갤러리, 분도갤러리, 맥화랑 등 지역 갤러리 30여곳이 참여해 열기를 높였다.
올해는 VIP를 대상으로 한 ‘컬렉터의 방’이 마련됐다. 대구 미술애호가들의 안방과 거실에 있던 쿠사마 야요이, 신디 셔먼, 조지 콘도, 바바라 크루거 등 거장의 작품들을 덴마크 빈티지 가구회사 덴스크와 협업해 1950~60년대 가구가 장식된 방에 선보였다.
대구에 공장이 있는 크라운해태그룹이 운영하는 레지던시(무료 혹은 저렴하게 제공하는 작가 작업실) 작가들을 후원하는 부스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윤영달 회장이 직접 들러 작가들을 격려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대구는 컬렉터와 작가의 인프라가 정말 좋다”며 “시에서 조금 더 힘을 실어주면 전국 최강 아트페어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