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맞잡은 이해진-손정의… “미·중 IT패권 넘자” 빅딜 구상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자회사인 ‘야후재팬’이 경영 통합을 추진한다. 미·중 중심의 글로벌 IT 패권에 맞설 범아시아 기업을 만들기 위해 한·일 대표 IT 거물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현 글로벌투자책임·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공동출자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양측은 통합 모델에 상당 부분 공감한 상태로, 이르면 이달 말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라인은 네이버가 70%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야후재팬은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40% 지분을 가진 ‘Z홀딩스’가 최대주주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출자한 합작사가 Z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되고, Z홀딩스는 야후와 라인을 자회사로 운영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이번 빅딜은 이해진 네이버 GIO와 손 회장의 꾸준한 사전 교감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은 세계 IT 시장의 현 구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IT 시장의 글로벌 판도는 이미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틱톡·텐센트·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과 서비스들이 급성장하며 전 세계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것으로 풀이된다.

둘은 세계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굴지의 기업을 일군 손 회장은 최근엔 10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통해 글로벌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 GIO 역시 수년 전부터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GIO는 특히 라인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며 일본 시장에 관심을 쏟는 모습을 보여왔다. 현재 라인 가입자는 전 세계 1억7000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손 회장의 최근 상황은 좋지 않다. 우버·위워크 등 투자했던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수조원대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악재에 맞닥뜨린 손 회장 측이 네이버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손 회장이 방한해 이 GIO 등 재계 인사들과 만찬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빅딜에 대한 구상이 그려졌을 것이란 추측도 힘을 얻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7월 회동 당시 두 사람은 인공지능(AI)을 키워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근 네이버는 AI로 아시아 지역을 통합하는 기술 벨트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상태이고, 소프트뱅크 역시 AI 기업 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보다 안전하면서도 새로운 투자처를 찾던 손 회장이 AI를 매개로 아시아 전역에서 입지를 다져가는 이 GIO의 손을 잡게 된 것이란 분석이다.

두 인물의 결단으로 일본 최대 메신저와 검색엔진의 경영 통합이 성사될 경우 총 1억명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된다. 또 하나의 앱으로 메신저와 검색, 쇼핑·모바일 결제 서비스 등 모든 서비스가 결합된 ‘슈퍼 앱’이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일본 결제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벌여온 두 경쟁사가 통합 이후 해외 시장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혀나가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빅딜 소식이 알려진 뒤 뉴욕 증시에서 라인 주가가 26.61% 폭등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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