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에 빠졌던 유럽 축구의 거인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은 나란히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예선을 통과하며 찬란했던 옛 위용을 되찾고 있다.
이탈리아는 2006 독일월드컵 우승 뒤 하강곡선을 그렸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처음 조별리그에서 승리 없이(2무 1패) 탈락했고, 2014 브라질월드컵(1승 2패)에서도 조별리그를 넘지 못했다. 2018년엔 아예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지 못했다.
그런 이탈리아가 달라졌다. 이탈리아는 19일(한국시간) 유로 2020 예선에서 아르메니아에 9대 1 대승을 거두고 10전 전승으로 본선에 합류했다. 이탈리아가 1경기 9득점을 올린 건 1948년 런던올림픽 미국전(9대 0) 이후 71년 만이다. 또 A매치 11연승으로 기존의 9연승 기록을 넘었다.
지난해 5월 부임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세대교체와 공격적 전술이 성공 요인이다. 이날도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니콜로 자니올로(20·AS 로마)가 2골, 리카르도 오르솔리니(22·볼로냐)와 페데리코 키에사(22·피오렌티나)가 1골씩 거들며 대승을 이끌었다. 최근 지역예선 5경기에서 11명이 골을 신고할 정도로 득점 루트가 다변화됐다. ‘빗장수비’의 대명사 이탈리아는 10경기에 37득점이나 기록할 정도로 공격적인 팀이 됐다.
네덜란드는 브라질월드컵 3위 이후 6년 만에 메이저대회에 복귀한다. 유로 2016과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지 못하면서 추락했던 네덜란드는 로날드 쿠만 감독의 지휘 아래 많은 활동량과 강한 압박을 지닌 팀으로 변모했다. 프랭키 데 용(22·FC 바르셀로나), 마타이스 데 리흐트(20·유벤투스), 버질 반 다이크(28), 조르지뇨 바이날둠(29·이상 리버풀) 등 패기와 경험이 조화를 이룬 선수단의 기세가 무섭다. 과거 화려했던 토털사커의 부활이라는 평을 들으며 유럽 정복을 꿈꾸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에 패해 14년 만에 메이저대회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월드컵 이후 열린 유럽 네이션스리그에서도 조 최하위였다. 잇단 수모 속에서도 전차군단은 조용히 칼을 갈았다. 지난 17일 벨라루스를 4대 0으로 이기며 13회 연속 유로 본선 진출 기록을 작성했다. 토마스 뮐러(30·바이에른 뮌헨), 마츠 훔멜스(31·도르트문트) 등의 공백을 마티아스 긴터(25·묀헨글라트바흐), 레온 고레츠카(24), 세르주 그나브리(24·이상 바이에른 뮌헨) 등 영건들이 메우며 공수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