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홍콩 이공대 사실상 함락… 부상·저체온증 학생들 탈출 러시

홍콩 경찰이 학생 시위대의 최후 거점인 홍콩 이공대를 압박하는 가운데 19일 한 시위 참가자가 대학 내 하수터널을 이용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른 시위 참가자들이 교내를 가로지르는 육교 위에서 밧줄을 타고 외부로 빠져나가려 하고 있는 모습. 이들 중 일부는 대기하고 있던 오토바이를 타고 탈출에 성공했다. AFP연합뉴스


학생 시위대의 ‘최후 보루’가 된 홍콩 이공대학에 대해 경찰이 ‘고사 작전’을 펼치면서 부상과 저체온증 등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탈출이 잇따르고 있다. 부상으로 치료가 급한 학생들은 자수 형식으로 걸어나왔고, 일부는 밧줄을 타고 탈출하기도 했다. 교내에는 100여명의 학생들이 마지막까지 저항하고 있지만 사실상 시위 동력을 잃었다.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에 따르면 이공대에 머무르고 있는 학생들은 경찰의 고사 작전이 장기화하면서 상당수가 추위와 배고픔, 부상, 저체온증 등에 시달리다 속속 학교를 이탈했다.

경찰이 학교의 모든 출구를 막고 ‘백기 투항’을 요구하면서 교내에 갇혔던 학생들은 학교에서 나오기 위해 자수하거나 탈출을 시도했다. 학생들의 이탈이 계속되면서 전날 밤부터 수백명이 체포되거나 자수했고 일부는 탈출했다.

오전 10시쯤에는 정치권과 교육계 인사들이 경찰과 협상 끝에 저체온증을 겪거나 부상을 입은 학생 50여명을 학교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이들은 응급치료를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다른 50여명은 교내에서 치료 받으며 응급차를 기다렸다.

학생들은 밤새 학교를 빠져나가기 위해 무리를 지어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체포되거나 학교로 되돌아갔다. 시위대 수십명은 전날 밤 11시쯤 이공대를 가로지르는 육교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대기하고 있던 오토바이를 타거나 뛰어서 고속도로로 넘어가 달아났다. 일부는 하수구를 통해 탈출하려다 악취를 견디지 못해 되돌아갔다. 이런 가운데 관광 목적으로 이공대에 들어갔다가 갇힌 한국인 2명이 한국 정부 측 요청에 따라 풀려나기도 했다.

학교 내에는 중·고등학생도 150명가량 섞여 있었다. 경찰은 종교계·교육계 인사들과 협의 끝에 18세 이하 학생은 학교장이 데리고 나오면 신분증 내용을 기재하고 풀어줬으나 일부는 학교에 남아 있다고 홍콩 매체들이 전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진입에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봉쇄 작전이 이어지면서 음식과 생수가 바닥났고 부상과 공포감, 시위대 내부의 이견 등으로 동력이 사실상 와해됐다. 에릭(18)은 “우리는 사흘 동안 이공대에 머무르면서 탈출구를 찾고 경찰 진입에 대비하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며 “하지만 굴복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들에게 “경찰이 지난 17일 이공대 캠퍼스를 포위한 이후 18세 미만 200명을 포함해 약 600명의 시위자가 현재까지 캠퍼스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까지 이공대에 남아 있는 시위대는 100명 정도로 추산됐다.

이공대 주변에는 교내에 남은 시위대의 부모들이 애를 태우며 자녀들이 학교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다렸다. 한 고등학생 시위대의 어머니는 “내 아들은 겨우 17살인데 안에서 시위하다 다쳤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걱정했다. 18세 아들이 교내에 있다는 존(58)은 “경찰이 협상 여지를 주지 않아 시위대가 싸울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강경파인 크리스 탕 홍콩 경무처 차장이 경찰총수인 처장으로 공식 임용되면서 홍콩 시위 진압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탕 처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5개월간 홍콩은 불법의 무리가 법치를 공격하고 도처에 불을 지르고 시민과 심지어 경찰까지 공격했다”며 “(시위대의 행위는) 테러리즘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홍콩 교육 당국은 교통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20일 초등학교와 중학교 및 일부 특수학교의 수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