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슬·마흔파이브·셀럽파이브… “난 개가수다”

요즘 연예계에는 가수 활동을 겸하는 개그맨인 일명 ‘개가수’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한 유재석, 1981년생 동갑내기 개그맨으로 구성된 마흔파이브. 방송화면 캡처, 메이크스타·라라미디어 제공
 
개그우먼들이 결성한 셀럽파이브(왼쪽), 개그맨 김영철. 각 소속사 제공


요즘 포털 사이트에서 ‘유산슬’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건 중화요리 유산슬이 아니다. 국민 MC 유재석의 인물 정보가 화면 최상단에 노출된다. 그렇다면 ‘유재석’을 검색하면 어떨까. 연관 검색어 리스트에는 ‘유산슬’ ‘유재석 아침마당’ 같은 문구가 차례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건 유재석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MBC)를 통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장난처럼 시작한 일이었지만 유산슬의 행보는 기성 가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쇼케이스를 열었고 게릴라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으며 신곡은 주요 음원 차트에 랭크돼 있다. 독특한 콘셉트로 뮤직비디오까지 찍었다. 유산슬은 반짝이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합정역 5번 출구’ ‘사랑의 재개발’ 같은 ‘히트곡’을 열창한다.

급기야 유산슬은 지난 18일에는 중장년층이 즐겨 시청하는 ‘아침마당’(KBS1)까지 출연했다. ‘트로트계 이무기’라는 별칭을 달고 카메라 앞에 선 그는 “강력한 눈빛과 카리스마로 정상에 올라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아침마당 시청률은 10.2%(닐슨코리아 기준)나 됐다. 유산슬은 28일에는 여수MBC가 전남 여수에서 여는 공개 방송 ‘가요베스트’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최근 연예계에는 가수 겸업을 선언한 개그맨, 이른바 ‘개가수(개그맨+가수)’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1981년생 동갑내기이면서 KBS 공채 개그맨 22기인 김원효 김지호 박영진 박성광 허경환은 그룹 ‘마흔파이브’를 결성했다. 지난달 싱글 ‘두 번째 스무 살’을 발표했고 ‘뮤직뱅크’(KBS2)를 통해 데뷔 무대도 가졌다. 이들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장난이 아닌, 진정성을 갖고 결성한 그룹”이라고 강조했다. 팀 결성을 주도한 김원효는 “멤버들이 내년에 마흔 살이 되기에 이름을 마흔파이브로 정했다”며 “우리만의 색깔 있는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흔파이브가 개그맨들로 구성된 팀이라면 셀럽파이브는 개그우먼들이 의기투합한 팀이다. 지난해 1월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 김신영 김영희 5인조로 데뷔해 ‘칼군무’로 화제가 된 이 팀은 그해 11월 ‘셔터’로 활동할 때부터는 김영희가 이탈하면서 4인조로 재편됐다. 올해 8월에는 청순 콘셉트를 내세운 ‘안 본 눈 삽니다’를 발표해 다시 주목을 받았다.

개가수 열풍엔 김영철도 가세했다. 2017년과 지난해 각각 ‘따르릉’ ‘안되나용’을 발표하며 웃음을 선사했던 그는 지난 21일에는 신곡 ‘신호등’을 발표하며 가수 활동을 재개했다. 신호등은 트로트에 전자음을 곁들인 댄스곡으로 뮤직비디오에서는 B급 감성이 진하게 묻어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미디언들은 기본적으로 연기 노래 등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개가수의 공통점은 음악에 예능적인 요소를 곁들인다는 점”이라며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장 요구되는 요소가 재미인 만큼 개가수의 활동은 앞으로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