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사진) 전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두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다.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 3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 모두 브렉시트 정국을 수습할 능력이 없다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영국 정치권은 현재 브렉시트를 둘러싼 자국내 이견 조율에 실패하며 다음 달 12일 조기총선을 치르기로 한 상태다.
블레어 전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로이터 뉴스메이커 행사에 연설자로 나서 “보수당과 노동당 양당 모두 이번 총선 캠페인에서 유권자들에게 ‘판타지’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두 정당 중 어느 한 곳이 과반을 차지하는 게 영국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유권자들은 이들이 선거에서 완전히 승리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영국의 거대 양당이 ‘폭동을 일으키는 포퓰리즘’에 가담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태는 결국 눈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과 모이면 어느 나라의 정치가 제정신이 아닌지를 두고 종종 토론을 벌인다”며 “불행히도 나는 영국 정치가 그중 최고봉에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할 경우 내년 1월 31일까지 무조건 브렉시트를 완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항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재협상, 부자 증세 및 복지 확대 등 극좌 성향으로 평가되는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블레어 전 총리는 특히 자신이 이끌었던 노동당을 향해 고언을 쏟아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영국 총리를 지냈던 그는 세 번의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유일한 노동당 대표로 남아있다. 그는 좌편향된 노동당의 현 지도부를 겨냥해 “코빈 대표는 혁명을 약속하고 있다”며 “혁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어떻게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끝났느냐다. 문제는 혁명은 언제나 나쁘게 끝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내 중도파를 이끌었던 리더로서 급진적인 정책으로는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