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뒤 낙서하듯 힘빼고 그린 생활만화… ‘앙굴렘’ 경쟁부문 진출 화제 송아람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만화가 송아람. 그는 “언젠가는 한 공동체 안에서 얽히고설키는 젊은이들, 이들이 그려나가는 이상한 연애담을 담은 작품을 내놓고 싶다”고 했다. 이병주 기자




“장편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더군요. 그럴 때마다 틈틈이 스케치북에, 달력 뒤에, 아이 연습장에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그걸 모으니 책이 되더라고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만화가 송아람(38)은 이같이 말했다. 그가 소개한 책은 ‘송아람의 생활만화’(북레시피·사진). 서문에 담긴 글을 그대로 빌리자면 “아무 대가 없이 재미로 그린 낙서”나 다름없는 작품집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웃음을 머금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일상에서 느낀 감정을, 여행 도중 겪은 일들을 그린 그림들이다. 송아람은 “처음엔 쉽게 만들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낙서 모음집이지만 막상 책으로 엮으려니 손이 많이 갔다”고 했다.

“낙서처럼 그렸던 그림 중에는 좋은 것도 있었지만 처참한 ‘퀄리티’의 그림도 많았어요(웃음). 그런 걸 다듬고, 어떤 그림은 새로 그리기도 하고, 그림의 순서도 다시 배열해야 했죠. 독자들이 ‘재밌었다’ ‘많이 웃었다’ 정도의 반응만 보여줘도 정말 기쁠 거 같아요.”

송아람은 지난 1월 세계적 권위의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이하 앙굴렘)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었다. 당시 앙굴렘에서는 전년도에 프랑스어로 출간된 만화 4500여종 가운데 45편만 엄선해 경쟁부문 심사가 이뤄졌는데, 송아람은 ‘두 여자 이야기’(이숲)로 후보에 올랐다. 송아람은 “앙굴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부끄럽다”며 웃었다.

송아람은 2015년 첫 장편만화 ‘자꾸 생각나’(미메시스)를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은 조기유학을 떠난 10대들의 삶을 다룬 ‘오렌지족의 최후’(가제). 그는 “50% 정도는 그린 것 같은데 그리다 보면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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