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만 쓰다… ‘빌드업 득점’ 없는 ‘빌드업 축구’

한국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나상호(왼쪽)가 15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2차전에서 슛이 중국 골대 오른쪽으로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 연합뉴스


이제 한·일전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올해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승부로 숙적 일본과 대결한다.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우승이 걸린 경기다. 대표팀 선수들은 우승 이상의 무게감을 안고 필승을 각오하고 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으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트피스에서만 득점한 공격의 부족한 짜임새를 얼마나 보강할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과 일본은 18일 오후 7시30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대회 남자부 최종 3차전을 갖는다. 두 팀은 나란히 중국·홍콩을 잡고 2전 전승을 기록했다. 다만 골 득실차에서 한국은 3득점 무실점(+3골)을 기록해 7득점 1실점한 일본(+6골)에 밀려 2위에 있다. 일본은 무승부만 해도 우승컵을 차지하게 된다. 다시 말해 한국은 반드시 승리해야 우승할 수 있다.

이기기 위해서는 득점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까지 3골을 정지된 공격 상황에서 뽑아냈다. 지난 15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중국을 1대 0으로 이긴 2차전에서 결승골이 된 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의 헤딩 선제골은 왼쪽에서 올라온 미드필더 주세종(서울)의 코너킥을 머리로 방향을 틀어 넣은 결과였다. 홍콩과 1차전에서 미드필더 황인범(밴쿠버)은 프리킥 직접 슛으로, 미드필더 나상호(도쿄)는 코너킥에서 연결된 헤딩골로 득점했다.

이전보다 정교해진 세트피스는 성과로 평가되지만, 필드골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공격의 효율성 부족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후방부터 패스를 통해 전진하는 ‘빌드업 축구’를 구사하는 벤투호에 ‘빌드업 득점’이 없다는 얘기다.

벤투 감독도 이 점을 가장 고민하고 있다. 그는 중국전을 마치고 “부임 이후에 득점 효율성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계속 노력하고 있으며 기회를 많이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지금까지의 패턴은 계속 밀고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벤투 감독은 “부임할 때부터 선수들과 협회에 어떻게 경기할지, 내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공유했다”며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겠지만, 내가 있는 동안은 역습을 노리는 식으로 스타일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잘츠부르크),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등 유럽파 공격 자원을 차출하지 않았다. K리그에서 활약하는 국내파로 전력의 대부분을 구성했고, 아시아·북미 리그 소속 선수들로 빈틈을 채웠다. 일본 역시 사실상 2군으로 이번 대회에 임하고 있다. 한일전은 키플레이어의 ‘한방’보다 전술 완성도와 조직력에서 승부가 가려질 수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문선민(전북)이 중국전을 마치고 무릎 통증을 느껴 공격진에 전력 누수를 빚을 가능성도 생겼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16일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는 결코 국제 추세에 뒤떨어지는 전술이 아니다. 그 방법을 선수들에게 얼마나 이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위원은 “짜임새 있게 공격하는 것이 빌드업 축구의 핵심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골 결정력 부족은 선수의 기량 문제지만, 전술 운용은 결국 감독이 짊어져야 할 몫“이라며 “공격에서 활로를 뚫어내려면 과감하고 파격적인 전술 변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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