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이모(30)씨는 연말을 앞두고 애플의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구매했다. 이씨는 오래 전부터 에어팟을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가격이 비싸 망설여왔다. 그러다 한 해를 정리하며 수고한 자신을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에 스스로 에어팟을 선물했다. 선물을 사는데 적잖은 돈이 들었지만 만족감은 컸다.
나를 위한 소비를 뜻하는 ‘미코노미(Me+Economy)’가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은 비싼 명품부터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키덜트(Kid+Adult, 아이같은 취향을 가진 어른) 장난감까지 다양하다. 유통업계도 선물상품 전용 팝업스토어를 열고 온라인 쇼핑몰에 ‘선물하기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미코노미족 잡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7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16일 동안 서울 중구 본점 지하1층 더웨이브 매장에서 ‘나를 위한 선물’을 테마로 온화한마켓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츠제럴드러브, 끌로이홈앤엔틱, 주티크샵 등 12개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이 쇼룸형태로 패션잡화, 리빙소품, 쥬얼리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100명에게는 플라워디렉터 피오레윤이 제작한 꽃을 증정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연말연시를 맞이해 나를 위한 의미 있는 선물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을 한데 모았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도 키덜트족을 겨냥해 상품을 출시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롯데마트의 장난감 전문 매장인 토이저러스(ToysRus)는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산타의 선물’ 행사를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인기 완구를 최대 반값 수준에 판매했고 동시에 키덜트를 위한 전자게임과 현장 시연, 캐릭터 공연, 구매 금액대별 혜택까지 함께 준비했다. 아이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토이저러스를 찾은 부모들은 평소 자신이 눈여겨봐뒀던 장난감도 함께 구매했다. 롯데마트는 “‘포켓몬스터 소드&실드’ 더블팩 게임CD,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는 아이들보다 어른이 더 선호한 제품”이라며 “레트로게임기 RG35, 1987 추억의 무선더블 오락실 등의 키덜트 제품도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도 인기 게임 오버워치의 레고 7종을 단독으로 선보였다. 오버워치와 레고는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품목이다. 일렉트로마트는 매장 내 레고 증강현실(AR) 시리즈 히든사이드 8종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선물 수요가 높다보니 처음부터 선물용으로 기획·제작되는 제품도 많다. 문구업체 모나미도 선물 시즌을 겨냥해 특별상품들을 출시했다. 모나미가 지난 5일 출시된 모나미 153스마트펜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모나미펜 디자인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제품이다. 모나미 스토어에서는 선물로 구매할 소비자를 위해 각인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니스프리는 연말 한정판으로 캐릭터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화장품 세트 ‘미키박스’를 예약판매했다.
셀프 선물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온라인업계도 관련 서비스를 강화했다. 티몬은 최근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선물 받을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수령인이 주소를 직접 입력하는 선물하기 기능을 새로 도입했다. SSG닷컴도 이달 선물 전문관을 신설해 커피, 케이크, 외식상품권 등 모바일 쿠폰을 손쉽게 선물할 수 있도록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