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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 시진핑 방한, 성급한 기대



올해 한·중 관계의 가장 큰 이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다. 시 주석 방한은 이르면 3월 말~4월 초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말 리커창 총리 방한도 예정돼 있다. 이례적으로 중국 권력서열 1, 2위가 같은 해에 한국을 찾게 된다. 청와대는 지난달 “시 주석의 상반기 방한이 거의 확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불거진 한한령(限韓令)이 곧바로 풀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벌써 증권사들은 ‘시진핑 수혜 주’로 면세점, 화장품, 호텔, 게임, 엔터테인먼트 종목을 앞다퉈 추천하고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을 한·중 관계의 터닝포인트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분명 호전되겠지만, 그가 한국에 줄 선물 보따리는 크지 않아 보인다. 한한령 해제라고 하면 남은 게 단체관광과 게임, 영화, 드라마 정도인데, 이는 속 빈 강정일 수 있다.

단체관광 금지로 초기에 우리는 피해가 컸지만 이미 거의 극복했고, 오히려 약이 됐다.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1750만 명을 기록했다. 중국의 단체관광 규제에 동남아 등으로 눈을 돌려 다변화한 덕분이다. 한때 연간 800만 명을 넘었던 중국인 관광객은 420만 명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600만 명 선을 회복했다. 게다가 혼잡하고 무질서한 단체관광객 대신 개별여행객이 늘어 질적으로 좋아졌다. 일각에선 중국 쪽 브로커와 여행사만 배불리는 단체관광을 계속 막아주는 게 도움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영화나 드라마도 우리 기대와 다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사드 갈등 이전에도 한국 영화는 중국에서 기껏해야 한두 편 흥행했고, 드라마도 바이아웃 형식이라 한국은 별로 남는 게 없었다”고 전했다. 영화나 드라마로 얻는 이익이 미미했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영화 드라마 공연 등 한류를 막는 건 시 주석 체제의 사상통제와도 관련이 있다. 사드는 한국 드라마를 막는 빌미였을 뿐이다.

물론 중국에서 한류 바람이 불면 자동차 화장품 전자제품 등 한국산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한한령 카드를 적극 활용하는 중국에 휘말려 애걸복걸하지 말자는 얘기다. 이는 우리가 중국에 국제적 룰에 따른 상호주의를 지켜 달라고 당당히 요구해야 할 사안이다. 게임 규제도 마찬가지다.

역으로 시 주석의 방한 이유도 따져봐야 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기술전쟁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돈줄이 마른 지방 정부들은 한국 등 각국에 투자를 호소한다. 리커창 총리가 삼성전자 시안공장을 방문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 장하성 주중대사도 중국 정부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중국은 안보 분야에서도 우리의 협조가 필요하다. 중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극도로 경계한다. 한때 공개석상에서 아베 일본 총리를 대놓고 무시하던 시 주석이 지금 적극 손을 내미는 건 미국의 전략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가 있다. 한국도 그 전략에서 중요한 축이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그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또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문제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것은 사실상 중국 견제용이다. 미국이 지난해 8월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것은 중국이 조약에서 빠져있다는 이유가 컸다. 중국은 앞으로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못 하도록 계속 한국을 괴롭힐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카드가 될 수 있다. 물론 사드처럼 성급하게 쓸 수 없는 카드다.

결국, 한·중 관계는 미·중 관계 등 전반적인 국제정세 속에서 접근해야 답이 나온다. 시 주석도 스스로 필요가 있으니 한국에 오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꾸 지나간 사드 문제에 매몰되다 보면 더 큰 카드를 잃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사드 갈등으로 더 손해 볼 것도 없다. 이제는 사드 문제에서 벗어나자. 그리고 중국에 할 말은 하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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