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에서 남북 스포츠 교류를 제안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남북한의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공동 입장,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 논의는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북한이 국내 대회 참가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과거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북미 및 남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스포츠를 통한 남북 만남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도쿄올림픽 개회식 공동 입장,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외에 2월 27일 서울에서 개막하는 제1회 동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 3월 22일 열리는 부산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의 북한 선수단 참가를 호소했다. 두 올림픽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예전부터 계속 얘기를 해온 것인데 반해 역도와 탁구대회 참가 촉구는 이번에 새롭게 나온 제안이다.

하지만 이 두 대회에서 북한이 참가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희박하다. 우선 시간부터 촉박하다.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와 역도선수권대회 출전 등록 마감은 각각 이달 17일과 23일이다.

북한은 이와 관련, 가타부타 말도 없는 상태다. 대한역도연맹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선수권대회 때 동아시아 선수권대회 출전을 요청했다. 아시아역도연맹(AWF)도 북한 측에 출전을 독려하고 있다”며 “북한은 아직까지도 출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지금 상황만 보면 북한의 불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도 “북한에 부산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꾸준하게 요청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게다가 최근 북한은 남한에서 열리는 대회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북한 여자축구는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불참한데 이어 다음 달 제주도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사실상 도쿄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것이다. 남한과의 스포츠 교류를 의도적으로 피하겠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행보다.

물론 남북 관계 특성상 스포츠 교류는 언제든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없지 않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한 달여 전에 북한 참가가 극적으로 결정되기도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북미 및 남북 관계가 정상궤도에 올라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당시에도 개막 직전에 북한과의 대화 창구가 열렸다. 그 가능성을 대비해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